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헐값에 장기 임대계약을 맺었던 호텔 집무실을 비워줘야 할 처지가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김흥준 부장판사)는 서울 중구 남대문로 밀레니엄서울 힐튼호텔 소유주인 ㈜씨디엘호텔코리아가 “호텔 23층 펜트하우스를 비워달라“며 김씨를 상대로 낸 건물명도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903㎡ 넓이의 힐튼호텔 23층 펜트하우스는 원소유주였던 대우개발이 1999년2월 김씨에게 연 임대료 12만원이라는 헐값에 25년간 임대해 주기로 계약을 맺은 공간이다. 당초 대우개발은 “매년 객실요금과 식음료를 더해 5,000만원 이상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가 호텔 매각 직전인 99년10월 김씨와 특별협약을 맺고 이마저 삭제했다.
씨디엘호텔코리아는 지난해 1월 소송을 제기하면서 “임대계약 자체가 비정상적인 저가에 체결된 배임행위이며, 김씨는 해외도피와 유죄판결 등으로 이 계약 내용도 이행하지 않았다”며 “장기간 23층을 사용할 수 없어 영업 피해가 발생하는 만큼 공간을 비워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그룹 해체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김씨와 무료나 다름없는 임대계약을 체결한 것은 대우개발 대표이사의 배임 행위로 무효”라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는 사실상 종신 무료 임차권을 부여한 것으로 개인에게 재산상 특혜를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원고측이 호텔을 매입하면서 이 임대계약을 승계하기로 했다”는 피고측 항변에 대해서도 “배임 행위인 임대차 계약에 깊이 관여한 김씨의 신의는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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