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15일 ‘아버지의 날’을 맞아 가정을 등진 흑인 아버지들에게 가정으로 돌아와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해 관심을 모았다.
오바마 의원은 이날 시카고 흑인 빈민 밀집지역인 사우스 사이드의 한 교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많은 흑인 아버지들이 ‘전투 중 행방불명’이거나 ‘탈영병’상태에 있다”고 비유한 뒤 “그들이 어른이 아닌 아이들처럼 행동하며 책임을 방기함으로써 (흑인) 가정의 토대가 더욱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의원의 이날 연설은 자신이 2살 때부터 케냐 출신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의 이혼으로 어머니만의 결손 가정에서 자라났다는 점 때문에 더욱 호소력을 가질 수 있었다. 오바마 의원은 “현재 흑인 아이들의 절반 이상이 편부모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데, 이는 내가 어렸을 때에 비해 두 배나 늘어난 수치”라며 연방 통계자료를 제시한 뒤 “우리는 책임감이 관념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 (가정에서) 아버지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흑인 아버지들이 아이들을 돌보지 않고 가정을 버리는 것이 흑인 사회에 치유할 수 없는 문제를 일으키는 지 여부에 대한 논쟁은 미국 내에서 매우 민감한 주제이다.
오바마 의원은 이어 “편부모 가정의 흑인 아이들은 미국의 평균적인 다른 아이들에 비해 가난 속에 살거나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5배, 학교에서 낙오될 가능성이 9배, 교도소에 갇힐 가능성이 20배나 높다”면서 “이런 이유로 흑인 지역사회의 토대가 취약해진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의원은 이날 “아버지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바로 희망”이라며 흑인 남성들의 각성을 촉구한 뒤 “흑인 아버지들은 해체된 가정을 치유하고 범죄로 얼룩진 지역 공동체의 희망을 회복하기 위해 가정으로 돌아와 책임을 짊어질 것”을 촉구했다.
오바마 의원은 정부에 대해서도 세금우대나 직업훈련, 가정 친화적 고용법 제정 등을 통해 힘겨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부모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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