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한 달 생활비가 너무 많이 나온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그때면 아내가 쓴 가계부를 펼쳐놓고 줄여볼 만한 게 있나 따져본다.
어머님 용돈, 이거 줄일 수 없다. 큰돈도 아니고 고작 일이십만 원인데. (이건 늘려야 할 항목이다!) 유치원비, 여기서도 대책 없다. 전화비는 왜 이렇게 많이 나와? 일반전화에다가 휴대폰 둘, 거기에 결정적으로 인터넷사용의 대가. 인터넷 안하고 살 수 없지, 참자. (사실 인터넷을 끊은 적이 몇 번 되는데, 보름 이상을 버틴 적은 없다) 보험 확 깨? 안돼. 무슨 일 있을 지 알아. 부조도 꽤 많이 했네. 이거 인간의 예의상 어쩔 수 없는 거고.
자동차, 이게 가장 큰 문제군. 대체 기름을 몇 번이나 넣은 거야? 확 팔아버려? 그러나 차 없이 어찌 살아. 게다가 경차인데, 참자. 가스비, 전기세는 왜 이리 많이 나왔어. 하지만 원래 비싼 거, 아낀다고 몇 푼이나 아끼겠어. 그냥 쓰던 대로 쓰자. 아무래도 줄여볼 만한 데는 결국 내 품위유지비(밥값술값, 기호품비 등) 뿐이다.
그러나 꼼꼼히 따져보니 역시 줄일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만날 얻어먹을 수 있나? 최소한 더치페이는 하고 다녀야지. 결국 줄여볼 만한 데가 없었다. 이러니 물가상승이 호환마마보다도 무섭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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