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규모 7.2의 강진은 일본 정부 지진조사위원회와 기상청이 존재조차 모르던 지하 활단층(活斷層)이 움직여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일본 정부가 지진 예보를 위해 지난해 말 도입한 긴급속보체제는, 이번처럼 내륙형 지진의 경우 진앙 인근에서 전파가 늦어 큰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날 오전 8시 43분께 도쿄(東京)에서 북동쪽으로 500㎞ 떨어진 이와테(岩手)현 남부를 진앙으로 하는 강진이 발생해 15일 현재 9명이 숨지고 10여명이 행방불명됐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진앙 주변은 규모 6을 넘어 6,400여명이 숨진 1995년 한신(阪神)대지진 급의 충격을 받았지만 인구밀도가 낮은 산간지역이어서 인명피해가 크지 않았다. 산사태로 무너진 토사에 묻혀 온천여관 투숙객과 인근 댐, 도로건설 현장의 인부 등이 화를 당했다.
부상자 230여명, 산사태에 따른 건물 10여채 전ㆍ반파, 국도 일부 유실 등으로 피해가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강진은 ‘지진 대국’ 일본 조차 지진 예보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지진을 일으킨 단층 북쪽에는 지진조사위원회가 조사 대상으로 삼는 일본 전체 약 100개 활단층 중 하나가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 활단층이 향후 300년 내 지진을 일으킬 확률을 ‘거의 0%’로 보았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일본 기상청 당국자는 “지하 깊이 있거나, 표면에 흙이 덮인 단층은 그 존재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며 “이번에도 지진이 발생한 장소에 단층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십수년 주기로 반복되는 ‘해구(海溝)형지진’만 경계해온 주민들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 맞는 격이 돼버렸다. 같은 내륙형 강진이던 한신대지진과 지난해 니가타(新潟) 주에쓰(中越) 지진도 발생 전에는 단층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사망자 6만 9,000여명, 이재민 500만명을 낸 중국 쓰촨(四川)성 강진 역시 내륙형 지진이어서 이에 대한 대비가 절실한 실정이다. 그런데도 지난해 10월 시작된 긴급속보체제는 해저에서 발생해 내륙으로 지진의 여파가 전달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경우에는 효과가 있지만 내륙형 지진의 진앙 부근에서는 제 역할을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상청이 초기미동(P파)을 감지해 보낸 속보가 진앙에 가까운 이와테현 오슈(奧州)시에 도달한 것은 현장에서 ‘6강(强)’의 진동을 느낀 4초 뒤였다. 같은 크기의 강진이 도달한 미야기(宮城)현 구리하라(栗原)시에는 실제 흔들림을 느끼기 전에 속보가 도달했지만 불과 0.3초 전이어서 대처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다만 인근에서 가장 큰 도시인 센다이(仙台)시에는 체감 15초 전에 속보가 도달해 일부 병원의 경우 “엘리베이터에 타지 말라”는 긴급안내방송을 내보냈다.
일본 기상청은 15일 오전 11시 이후부터 3일 내에 규모 6 이상의 여진이 발생할 확률이 30%, 규모 5 이상의 여진이 발생할 확률은 90%라고 예측했다. 이날까지 이와테현 인근에서는 여진이 약 300차례 발생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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