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할인점들이 유아복 입점 매장을 상대로 백화점 수준에 육박하는 판매 수수료를 챙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할인점 업체간 중복 출점을 가로막는 독점 요구가 여전하고, 매장 운영시간이 길어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는 등 할인점 유통망을 이용하는 유아복업계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 할인점들은 최근 2~3년간 입점 수수료를 해마다 매출 대비 1~1.5%포인트씩 올려 올들어 26~28% 수준에 달했다.
대형 할인점들은 취급상품을 대부분 직매입 형태로 판매하지만, 브랜드 유아복에 한해 특정매입 형태로 운영한다. 특정매입은 할인점 매출로 잡히기는 하지만, 판매와 재고 부담은 브랜드가 책임지면서 판매에 따른 수수료를 할인점에 내는 형태를 말한다. 할인점 내 브랜드 매장에서 자체 결제하는 경우는 특정매입 상품이라고 보면 무난하다.
매장을 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백화점식 영업정책인 특정매입은 할인점 입장에선 유명 브랜드 상품을 확보해 주 고객층인 30대 주부 유인효과를 높이고, 브랜드로서는 대규모 유통망을 ‘저렴한’ 수수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영업환경이 백화점보다 열악한데도 최근 수수료가 급등해 저가 유통망으로서의 메리트가 크게 감소했다는 게 업체들의 주장이다.
할인점에 유아복 브랜드 매장을 갖고 있는 A업체 대표는 “박리다매가 원칙인 할인점 영업에서 27% 이상의 수수료는 과다하다”며 “할인점들이 직매입으로 판매하는 식품 및 생활용품군(群)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하자 그 차액을 수수료 인상으로 채우고 있다”고 성토했다.
단독 브랜드 확보를 위해 할인점 업체간 중복 출점을 막는 관행도 여전하다. 할인점 유통 유아복 브랜드의 ‘빅2’로 불리는 아가방과 해피랜드는 각각 이마트, 홈플러스에만 입점해 있다.
유아복 브랜드 중 3대 할인점에 모두 매장을 낸 곳은 ‘알로&루’가 유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알로&루는 매일유업이라는 든든한 모기업이 뒤를 받치고 있어 가능한 것”이라며 “빅 브랜드도 다른 할인점에 입점을 못하는데 영세한 유아복 브랜드가 대형 할인점의 단독 입점 요구를 뿌리치는 것은 매장을 접겠다는 것과 같은 소리”라고 설명했다.
긴 영업시간은 수수료 상승과 함께 상품가 인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할인점 내 유아복 브랜드 매장은 보통 밤 11시까지 영업한다. 자정에 문을 닫거나 24시간 영업체제인 할인점 측 요구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연장 영업에 따른 인건비 부담은 고스란히 브랜드 몫이다.
할인점 유통을 하는 B업체 임원은 “오후 8시가 지나면 유아복 판매율은 제로에 가까운데도 계속 매장을 열고 있어야 하니 판매사원 1명 쓸 것을 2명으로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매장 당 월 2,000만원 매출을 내기가 어려운데, 수수료 떼고 월 100만~150만원씩 인건비를 추가 부담해야 하니 수지 맞추기가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유아복업계 경력 15년이 넘는 한 관계자는 “백화점과 맞먹는 비싼 수수료와 제한된 유통망, 비합리적인 매장운영 등은 결국 상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면서 “서민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 노력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할인점들이 오히려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건 아닌지 자문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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