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우상 숭배를 금지한다는 이유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은 세계 최대의 바미얀 석불을 파괴했다. 그리고 바미얀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그러나 대불의 발치에 구멍을 파고 사는 사람들에게, 바미얀은 여전히 삶의 터전이다. 영화는 그곳에서 학교에 가고 싶어하는 한 소녀의 하루를 담았다.
영화 초반부, 아마추어가 분명한 어린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이 흥미롭다. 하지만 그 미숙함이 러닝타임을 채워나가면서 점점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30분 가량 흐르면 그 미숙함이 다시 새롭게 다가온다. 아이들이 ‘놀이’를 연기하는데, 어설픈 연기가 그 놀이에 생동감을 불어 넣기 때문이다.
남자 아이들의 놀이는 전쟁 놀이, 정확히는 ‘탈레반 놀이’다. 나뭇가지를 꺾어 만든 총으로 날아가는 ‘제국주의자’의 비행기에 총질을 하고, 차도르를 제대로 두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들보다 더 어린 여자 아이를 감금한다. 복잡한 설정이나 정교한 연기가 필요 없다. 단지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이 지금도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
철저히 아이들의 눈높이로, 영화는 아프간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부조리와 폭력의 무게를 전해준다. 악동들의 모습이 처음에는 귀엽다가, 이내 무서워진다.
그건 현실이기 때문이다. “내가 자라면 반드시 널 죽여버리겠어.” “죽은 척 해. 그러면 살 수 있어.” “계집애가 무슨 학교에 가.” 어린이들이 내뱉는 이런 대사는 곧 아프간의 지난 25년이다.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막내 딸 하나 마흐말바프가 처음 연출한 장편이다. 하나의 나이는 열 여덟. “아이러니한 점은 아프가니스탄을 구하러 오는 이들은 언제나 먼저 파괴를 시작하고 다시 재생할 시간을 갖지 못한다는 사실”이라고 말하는 이 십대의 장래가 어찌 기대되지 않을 수 있을까. 19일 개봉. 전체관람가.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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