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상득, 정두언 의원 간 충돌이 일단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정 의원의 문제제기 방식에 대해 직접 우려를 표명했고 이에 이상득 의원 퇴진론을 제기했던 정 의원이 곧바로 한발 물러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단으로 치닫던 이ㆍ정 충돌이 일단은 가라앉을 수 있겠지만, 내적으로는 상처와 반목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을 만나 "우리가 힘을 합쳐 난국을 헤쳐가야 할 텐데 일부 의원의 묻지마식 인신공격 행위와 발언들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고 안 의원이 전했다. 정 의원 등 일부 소장파에 대한 엄중 경고 메시지다. 이 대통령은 또 "국민의 바람은 한나라당이 민생경제를 살리는 것과 어려운 정국을 풀어가는 것인데 당내 문제로 힘을 소진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 대통령을 만난 또 다른 중진 의원도 "대통령이 '나한테 와서 말하면 되는 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언짢은 심경을 토로하더라"며 "정 의원에게 화가 많이 나 있는 것 같더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이 나오자 정 의원 등 소장파는 곧바로 자제 모드로 들어갔다. 정 의원은 이날 "대통령도 우리의 충정을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믿는다"며 "이제 대통령의 정국 수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 퇴진론 등 추가 공세를 더 이상 취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한 셈이다. 정 의원은 이날 이 대통령의 언급 뒤 소장파 일부 등과 이날 밤 모임을 갖고 대응책을 논의해 이 같은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의원 퇴진론은 일단 사그라드는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앞서 이 의원측은 이날 정 의원측이 제기한 퇴진론에 대해 구체적인 반격을 했다. 물론 이 의원 본인은 불쾌해 하면서도 특별한 반응을 삼갔다. 대신 이 의원 주변에서 정 의원을 비판했다. 전날 초선 의원 20여명 모임을 주도했던 고승덕 의원은 "어려운 때 정 의원이 언론을 통해 문제제기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안국포럼 출신의 한 의원도 "정 의원의 문제제기 방식에 동조하지 않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언급과 이 같은 당내 분위기가 정 의원을 한발 후퇴하도록 만든 셈이다.
지도부도 진화에 나섰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대선 뒤 언론에서 2인자 행세도 하다가 이제 와서 대통령의 형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옳지 않다. 당내 분란을 증폭시키는 행위가 가속화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 의원께서도 앞으로 오해 받지 않도록 처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단 진정될 것으로 보이는 양측 간 싸움은 근본적으로는 마무리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시 소강상태에 들어갈 수도 있지만 본질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양측간 이번 대결이 헤게모니를 누가 잡느냐는 권력투쟁의 성격이 담겨있는데다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한쪽이 패배해야 싸움이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논란이 진정될 것으로 보이는 와중에 이 의원은 당분간 외부 일정을 잡지 않고 17일께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 의원측은 "부품소재 산업의 국내 유치를 위한 목적이지만 상징적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냉각기를 갖기 위해 일종의 칩거에 들어간 것이라는 얘기다. 이 대통령까지 나섬으로써 일단 진정국면으로 들어갔지만 양측 갈등은 인적 쇄신이 이루어질 내주 상황을 지켜봐야 보다 분명한 상황 정리가 될 전망이다.
정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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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연,복당 홍사덕서 스톱?…姜대표 지역구 출마 등 앙금
술술 풀리는 듯 하던 한나라당의 친박근혜계 복당 문제가 친박연대 홍사덕 의원 앞에서 멈춰 섰다. 엄밀히 말하면 홍 의원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악연’이 복당의 걸림돌로 등장했다.
친박연대는 홍 의원 등이 복당 대상에서 빠지면 독자 노선을 걷겠다고 선언했고, 친박무소속연대 의원들도 13일 회동에서 일괄 복당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당 주변엔 “강 대표가 홍 의원 복당에 강력 반대하고 있어 복당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표면적으로는 홍 의원이 2005년 재ㆍ보선 때 공천에 탈락한 뒤 경기도 광주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전력을 걸고 있다.
하지만 홍 의원이 4ㆍ9 총선에서 강재섭 대표 지역구인 대구 서구에 출마해 강 대표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 진짜 이유라는 관측이 많다. 홍 의원은 ‘강 대표 심판론’을 걸어 서구에 출사표를 던졌고, 강 대표는 불출마 선언을 한 뒤 대리 후보를 내세웠으나 홍 의원에게 지역구를 내주고 말았다.
두 사람은 홍 의원이 한나라당에 있을 때부터 냉랭한 관계였다고 한다. 2000년 홍 의원이 ‘무지개연합’을 추진할 때 강 대표가 합류하느냐를 놓고 작은 갈등을 겪은 뒤 관계가 틀어졌고, 2002년 재보선 공천 때도 당시 원내대표였던 강 대표가 홍 의원 공천에 반대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강 대표의 한 측근은 “홍 의원이 들어오든 말든 관심 없다. 당원자격심사위가 결정할 문제”라고 일축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왕이면 대표 입장도 생각해 주면 좋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당 안팎엔 “강 대표가 몽니를 부리는 것으로 비치는데 대한 부담 때문에라도 결국 홍 의원을 받아 주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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