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촉발된 ‘촛불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정부의 인적 쇄신이 오리무중이다. 일부 관측에 따른 하마평이 잠시 나돌더니 잠잠해진 채 아직까지 얼개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장고에 장고를 하는 중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촛불시위의 강도가 좀 낮아져 팽팽했던 긴장이 풀린 결과라면 심히 걱정스럽다.
더욱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나 심대평 전 충남지사 등이 새로운 총리후보로 거론되는 과정을 보면, 정부가 충분히 정신을 차렸다는 말이 곧이 들리지 않는다. 박 전 대표의 경우에는 정치적 경솔함이 두드러졌다.
이명박 대통령과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회동 이후 크게 관심을 끌었지만 정작 당사자의 뜻을 미리 짚어보거나 물밑 조정을 거친 흔적은 전혀 없었다. 박 전 대표의 정치적 무게에 비추어 이것만으로도 예(禮)가 아닌데, 이 대통령 특유의 애매한 화법이 원인인 듯한 제의 여부 논란까지 겹쳤으니 얘기가 나오지 않은 것만도 못하다.
이 대통령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와의 회동을 계기로 관심이 커진 심 전 지사 카드는 다른 측면의 문제를 드러낸다. 정말로 이 대통령과 이 총재가 이른바 ‘보수대연합’의 필요성에 공감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심 전 지사의 총리 기용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라면 정말 안이한 현실인식이 아닐 수 없다. 심 전 지사의 됨됨이나 행정능력으로 보아 총리 후보로는 부적합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촛불정국’의 본질을 진보진영의 정치적 공세라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면, 이 마당에 어떻게 ‘보수대연합’을 민심 수습책으로 거론할 수 있느냐는 답답함 때문이다. 과거 ‘3당 합당’에 따른 ‘보수대연합’은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려는 수단이었다. 지금의 국회 의석분포로 보아 그런 필요성이 없고, 시간문제인 ‘친박 연대’의 입당 이후를 생각하면 오히려 지나치게 비대한 것이 한나라당의 문제일 정도다.
현재의 난제를 풀겠다는 정부의 인적 쇄신이 이런 정치공학적 발상에 기댈 수는 없다. 문제를 푸는 길은 정도로 돌아가는 것뿐이라는 각오를 새삼스럽게 다지고, 실추한 국민 신뢰를 되돌릴 인적 쇄신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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