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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초대석-Book cafe] 이 영화를 보라 고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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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초대석-Book cafe] 이 영화를 보라 고미숙

입력
2008.06.1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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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시선으로 다시 보는 '한국영화 히트작'

11일 0시 30분 시청 앞 광장. 화염병 대신에 촛불이 만개하더니, 결국에는 구호 대신에 문화 담론이 펼쳐졌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주권이라는 요지였죠.” 미국의 자본이 우리의 위생 권력을 길들이고 있다는 지적은 비수였다.

인문학 연구 공간인 ‘수유 + 너머’의 대표 고미숙(48)씨가 40여분간 펼친 즉흥 길거리 강연에 집회장을 지키고 있던 100여명의 사람들이 몰려 들어 끝까지 경청했다. 고씨는 전혀 의도치 않게, 촛불 집회장의 강연자 제 1호가 됐다. 첫 영화책 <이 영화를 보라> 를 막 출간, 대중에게 바싹 다가선 직후다. “모든 것이 우발적이고 즉흥적인 시위 현장에서의 경험은 참으로 신선했어요.”

고전 평론을 본령으로 하는 그에게 영화는 뭣보다 서사의 창고다. 영화 평론가나 기자 등 최근 우후죽순격으로 양산되는 영화 담론과 다른 것은 영화를 향한, 그 같은 독특한 시선 덕이다. <괴물> , <황산벌> , <음란서생> , <서편제> , <밀양> , <라디오 스타> 등 흔히 흥행작이라 불리는 우리 영화 6편에서 그는 자연스레 철학을 이끌어 낸다. 범람하는 여타 영화 서적들과 굵은 선을 긋는다.

미국 쇠고기 문제와 직결되는 위생 권력 문제를 정치와 연관지워 해석한 <괴물> , 포르노그라피와 멜로의 아슬아슬한 접점을 보여준 <음란 서생> , 출구 없는 욕망의 폐쇄 회로라는 키워드로 푼 <밀양> 등 그는 흔히 보는 영화평이나 기사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독특한 시선으로 히트작들을 새롭게 보게 한다.

그의 영화평은 반추돼야 한다. “언어를 전혀 낯선 배치 속으로 밀어넣었다는 점에선 보르헤스적이고, 역사적 사건에 담긴 비장한 아우리를 가차없이 지워버렸다는 점에선 루쉰적이다.”(<황산벌> 중) 아니, 매우 시사적이다. “미국은 한국 정부와의 협약하에 미국인도 불안해 한다는 쇠고기를 한국에 대량 살포(!)하기로 결정했다.”( <괴물> 중)

고씨는 “헐리웃의 거대 자본 침투 속에서 한국 영화가 살기 위해서는 풍부한 이야기와 상상력의 실험이 계속돼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 책의 출판을 계기로, 신문의 칼럼과 각종 간행물 등을 통해 일반과의 접촉면을 늘려갈 생각이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사진 손용석기자 st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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