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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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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

입력
2008.06.1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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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페히만 지음ㆍ김라합 옮김/문학동네 발행ㆍ240쪽ㆍ1만원

프란츠 카프카가 마지막 연인 도라와 베를린의 한 공원에서 산책을 하다 인형을 잃어버려 울고 있는 어린 여자아이를 만난 적이 있다. 카프카는 아이를 달래려고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지어냈다. 인형은 여행을 떠났고 자기에게 편지를 보내왔다고. 아이가 관심을 보이자 카프카는 몇 주동안 새로운 편지를 계속 썼다.

인형은 모험을 하다 행복한 결혼을 한 것으로 마무리됐다. 한 명의 독자를 위해 쓴 이 글은 지금 남아있지 않다. 작가로서의 명성에 연연해 하지 않았던 카프카는 자신의 글을 후세에 남길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 틈틈이 불태워버렸다. 카프카는 말년에 친구에게 자신의 유고를 불태워달라고 부탁했는데, 그 친구가 그 말을 들었더라면 <소송> 과 <성> 은 지금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지금 수많은 도서관과 서점, 헌책방, 집집마다 쌓여있는 책은 모든 시대, 모든 언어로 집필된 텍스트의 아주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책이 누군가에 의해 고의로 파손되거나 화재나 전쟁, 쥐, 곰팡이 등의 습격으로 사라져버렸다. 고대의 저작 가운데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은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독일에서 저술가,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이런저런 사연으로 사라져버린 150여명의 작가와 230여편의 작품에 얽힌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헤밍웨이가 저널리스트로 일하던 1923년 스위스 로잔에서 그리스-터키 분쟁에 관한 국제회의를 취재하고 있을 때였다. 무솔리니가 별로 기사거리를 내놓지 않는데 무료함을 느낀 그는 집에 무더기로 쌓여있던 작품 초고를 손 볼 생각으로 부인에게 원고 전부를 가져오라고 했다.

혼자 리옹역에서 로잔행 열차를 기다리는 부인 해들리는 원고를 넣은 커다란 가죽가방을 날치기 당했고 헤밍웨이는 몇 달 뒤 첫 책 <세 단편과 열 편의 시> 를 출간했으나 초기 원고 가운데 이 책에 실린 작품은 단편소설 두 편뿐이었다.

바람둥이였던 바이런의 회고록이 갈기갈기 찢어져 벽난로에 던져진 사연, 빚더미에 압박을 받던 발자크가 <인간희극> 의 두번째 소설 <시골의사> 의 초고를 없애버린 까닭 등을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들의 알려지지 않은 모습도 엿볼 수 있다.

그동안 수많은 책들이 사라졌지만 고대 그리스 로마의 두루마리가 모여있었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불탄 것이 가장 큰 사건이다. 이 도서관과 함께 사라진 두루마리문서는 최대 70만점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사라진 책들의 내용을 알 수 없는 것이 유감이지만 저자가 풀어놓는 그에 얽힌 사연들은 흥미롭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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