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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일지매'서 3색 연기 이준기 "아직 배우 아닌 경험적은 연기자 밑바닥까지 긁어내고 있는 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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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일지매'서 3색 연기 이준기 "아직 배우 아닌 경험적은 연기자 밑바닥까지 긁어내고 있는 중이죠"

입력
2008.06.17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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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의 남자> 에서 아름다운 광대 ‘공길’ 역을 맡아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두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았던 배우 이준기(27)가 TV 사극에 도전했다. SBS 수목드라마 <일지매> (연출 이용석 극본 최란)에서 신출귀몰한 민중의 영웅 일지매로 변신한 그를 13일 만났다.

<일지매> 는 영웅 예찬론을 펼치며 위대한 영웅의 풍모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는 아니다. 훗날 의적 ‘일지매’로 거듭나는 ‘용이’는 도적 출신의 양아버지 ‘쇠돌’(이문식)에게 자물쇠 따기, 담 넘기 등 신출귀몰한 도적의 소양을 배우는 의외로 평범한 영웅이다.

“연기를 할 때 영웅을 그리자는 욕심을 내세우기보단 인물 자체를 생각했어요. ‘용이’가 드라마 캐릭터로 코믹하게 부각된 면이 있는데 (역사상 실존 인물이었다면) 그보다 훨씬 평범했을 것 같아요. 너무 평범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겠죠.”

놀고 먹고 즐기는 천방지축 ‘용이’는 몰락한 양반 가문으로 눈 앞에서 부모를 잃었던 ‘겸이’로서의 기억을 되찾고 의적 ‘일지매’로 변신을 거듭한다. 이준기는 용이와 겸이 일지매를 오가는 ‘3인3색’의 연기를 능숙하게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감정몰입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친아버지가 죽고, 눈 앞에서 누이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때의 고통을 안 당해본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감정 연기는 누구보다 자신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과연 그 진정성이 얼마나 될까 몇 번이나 되물어요. 이제 갓 20대, 인생 경험이 적어 밑바닥까지 긁어내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배우가 아닌 경험이 일천한 연기자일뿐”이라고 일컫는 그는 연기에 대한 부담감이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는다고 했다.

“무대에 서있는데 제가 꼭두각시나 로보트처럼 보이는 거예요. 나는 내가 되게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눈 앞의 관객들은 날 굉장히 멸시하고 괄시하는 기분이요. 제가 꿈에서 그러고 있더란 말이죠.”

전작 MBC <개와 늑대의 시간> 에서 사고로 기억을 잃은 뒤 마피아 조직원이 되는 국정원 요원 이수현 역을 맡아 다중 인격을 소화한 경험은 이번 연기에 큰 도움이 됐다.

여성적인 고운 얼굴선에 승냥이처럼 가늘게 찢어진 눈, 천연덕스러운 입매 등 성별이나 나이, 성격을 규정할 수 없는 야누스 같은 양면의 얼굴도 배우로서 큰 장점이다.

“활발하고 즐거움이 묻어나는데, 어떨 땐 너무나 우울하고 차가워 보이고. 거기에 사람들이 심어준 미소년의 이미지도 있고. ‘잘 생겼네, 못 생겼네’라는 기준점이 있다기보다 모호함이 있는 얼굴 같아요. 나름 장점인 것 같은데.”

연기에 대한 부담감과 달리 드라마는 시청률 23%를 상회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저한테 신기가 있나 봐요. 작품 시작 때 촬영팀에서 시청률 내기를 했는데, 전 25%를 썼었거든요. <왕의 남자> 때는 1,000만 관객, <화려한 휴가> 땐 800만, <개와 늑대의 시간> 때도 15~16%라고 찍었는데 다 맞췄어요.(하하)”

너스레 웃음을 짓다가 이내 진지해진다. “근데 관객의 수나 시청률은 저한텐 중요하지 않아요. 사실 하찮은 것일지도 몰라요. 오히려 ‘그 작품 참 좋았지’라며 오래 기억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일지매> 는 좌충우돌 삐걱거리는 용이의 영웅 성장기를 통해 ‘영웅’이 아닌 ‘영웅이 필요한 부조리한 사회’를 꼬집고 있고, 이는 오늘의 현실과도 맞물려 있다. 이씨는 최근 촛불집회와 관련해 자신의 홈페이지에 경찰의 진압 방식에 항의하는 의견을 남긴 적이 있다.

“배우이기 이전에 이 나라에 태어난 한 사람으로 걱정하는 것들이 있지만…. 배우는 작품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답답해 하는 부분을 저희 작품에서 간접적으로나마 통쾌하게 풀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이씨는 최근 궁으로 찾아가 임금께 친구의 억울함을 고하는 장면에서도 즉흥 대사(애드립)를 구사했다. “‘말을 들어주지 않을 거면 나라법을 왜 만들고, (나라법에 따라) 말을 하겠다는데 왜 말을 막고 그러냐.’ 어떻게 보면 매치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누구라도 답답하고 화나는 부분이니까.”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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