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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단] 미노타우로스를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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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단] 미노타우로스를 생각함

입력
2008.06.1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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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혁웅

그는 사람의 몸에 소의 머리를 얹었고

잔돌을 체로 거를 때 내는 소리로 울며

미궁 속에서 산다고 하는데

어떤 이는 미궁 자체가 구멍이 숭숭 난

그의 머릿속을 흉내 내 지은 것이라고도 말한다

이국의 소를 사랑한 생모가 그를 낳았고

계부가 많은 젊은이들을 한 끼 식사로 제공했다

그를 만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몰려갔으나

아무도 그를 본 적은 없다는 후문이다

보다 못한 젊은이 하나가 실뭉치를 들고 가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아, 엉킨 실타래는 푸는 것이 아니라 끊는 것인데

그는 미궁 속에서 누구와 소통할 것이며

웃는 돼지머리가 아니라 무서운 소머리로

우리는 어떤 사업이 잘 되길 기원할 것이냐

▦1967년 충북 충주 출생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 ▦1997년 <문예중앙> 통해 등단 ▦시집 <황금나무 아래서> <마징가 계보학> <그 얼굴에 입술을 대다> 등 ▦현대시동인상,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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