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영미(30ㆍ가명)씨는 분유를 살 때마다 고민이다. 저렴한 제품을 선택하려니 아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고, 프리미엄 제품을 사려니 가격이 두 배나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내 아이만큼은 특별하다’고 광고하면서 분유업체들이 고가의 프리미엄 분유를 사도록 모성을 자극하고 있지만 프리미엄 분유가 일반 분유보다 가격이 두 배까지 차이가 날 합리적 이유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녹색소비자연대(녹소연)는 16일 ‘분유 영양성분 비교 결과’ 보고서를 통해 “프리미엄 분유 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동후디스, 매일유업, 남양분유, 파스퇴르유업 등 4개 업체의 가장 저렴한 제품과 가장 비싼 제품의 가격 차이는 2배에 달했으나 주요 영양 성분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녹소연은 “각 업체들이 가격대별로 4~5가지 제품을 내놓고 있다”며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전 단계에 들어 있던 영양성분 중 몇 가지를 뺀 뒤 3~4가지의 새로운 영양성분을 넣어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각 업체들은 단계별로 적게는 1,500원부터 1만7,500원까지 가격 차이를 두고 있다.
최수경 팀장은 “일동후디스는 차상위 제품인 슈퍼프리미엄에 세포 성장을 돕는 L-트립토판, 숙면을 돕는 글리세롤류를 첨가한 최고가 제품 슈퍼프리미엄퀸을 내놓으면서 가격을 7,000원이나 올렸다”면서 “이 성분들이 그 정도로 가격을 올릴 만큼 원가 상승 요인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상술은 가격대가 올라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각 업체들의 제품 가격대를 보면 가장 저렴한 제품과 두 번째로 저렴한 제품의 가격차이는 1,500원~ 4,700원이었다. 반면 가장 비싼 제품과 그 아래 단계 제품의 가격차이는 1만5,100원~1만7,500원에 달했다.
녹소원 관계자는 “분유는 거의 모든 아기들이 먹어야 하는 필수제품이기 때문에 저가의 제품이라도 아기의 성장에 필요한 필수 영양성분에 차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 같은 사실을 소비자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표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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