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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수영 시인 40주기, 해방 이후 한국詩의 거대한 뿌리를 되돌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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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수영 시인 40주기, 해방 이후 한국詩의 거대한 뿌리를 되돌아 보다

입력
2008.06.17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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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은 김수영(1921~1968) 시인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 지 꼭 40년을 맞는 날이다. "해방 이후 활동한 시인 가운데 김수영만큼 주목을 받은 이는 아직까지 없다"(최두석 한신대 교수)고 단언할 수 있을 만큼 김수영이 후대 문인과 문학 연구자에게 끼친 영향은 크다.

지난해만 해도 김수영은 한국시인협회 선정 '한국 현대시 100년 10대 시인'의 상위에 이름을 올렸고, 그의 대표작 <풀> 은 현역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위를 차지했다.

문학계에선 40주기 기념 행사를 잇따라 열고 있다. 13일엔 '김수영 40주기 추모사업회 준비위원회' 주최로 추모 학술제가 열렸고, 기일인 16일엔 40세 이하 젊은 시인 40명의 오마주 시집 <거대한 뿌리여 괴기한 청년들이여> 를 펴낸 민음사 주최로 기념 문학제가 개최된다.

이달 중엔 김수영 육필 원고를 모은 영인본 시집이 나올 예정이다. 한편 1981년 첫 출간돼 2003년 개정된 <김수영 전집> (전2권ㆍ민음사 발행)에 대해서도 최근 작품 발굴 성과(5월10일자 29면)를 반영한 재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 영인본 시집ㆍ전집 재개정

민음사에서 이달 출간될 김수영 영인본 시집은 전 민음사 주간이자 하버드대 한국문학 강사인 이영준씨가 고인의 부인 김현경씨가 소장하고 있는 육필 원고를 맡아 편집했다.

영인본엔 시 전집에 실린 시 176편의 원고 외에 방민호 서울대 교수가 2005년 발굴한 <음악> , 존재만 알려졌다가 지난달 전문이 공개된 <김일성만세> 등 2편 이상의 원고가 추가 수록될 예정이다.

전집 재개정에 관해 책임 편집자이자 고인의 여동생인 김수명씨는 "<창작과비평> 올 여름호에 공개된 원고는 전집을 만들 당시 올케(김현경씨)에게 받지 못했던 것들로, 내가 오빠 작품을 임의로 취사선택했다는 말은 맞지 않다"면서 "2003년 전집 개정 이후 발굴된 작품들을 면밀히 검토해 전집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은수 민음사 대표도 "원고 검증 후 전집을 다시 냈으면 하는 것이 김수명 여사의 뜻"이라며 재개정 검토를 시사했다.

이와 관련, 13일 학술제에서 문학평론가 박수연씨는 "전집에 실린 시 176편, 산문 80편 외에 시로 볼 수 있는 작품 18편과 산문 2편이 더 발굴된 상황"이라며 "이밖에도 현재 전집엔 창작년도, 오자, 시 행갈이 등에서 교정해야 할 오류가 적지 않다"면서 전집 개정을 주장했다.

■ "김수영은 거대한 뿌리"

지난주 출간된 김수영 헌정시집 <거대한 뿌리여, 괴기한 청년들이여> 에는 김수영 사후 출생한 시인 40명이 각각 시와 산문 한 편씩을 실었다. 이 중 산문은 김수영 시ㆍ산문 중 한 구절을 취해 제목으로 삼았다.

필진엔 강정 김경주 김민정 김행숙 서동욱 신해욱 이원 이장욱 정재학 조연호 황병승씨 등 모더니즘 계열 시인들이 대거 참여, 김수영 초기시 경향이 후대에 끼친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16일 오후 홍대 앞 이리카페에서 열리는 기념 문학제는 헌정시집에 참여한 후배 시인들을 중심으로 치러진다. 김수영 대표시 및 헌정시 낭송, 조연호 시인의 시타르(인도 전통 현악기) 연주와 더불어 현대무용가 이용인씨가 <풀> 을 재해석한 무용을 선보인다.

■ 김수영 문학의 종합적 검토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추모 학술제에선 김수영 문학의 연구 현황, 김수영 문학 세계, 김수영과 외국문학의 상호 작용을 주제로 한 12건의 발제와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허윤회 성균관대 강사는 김수영 문학 연구에 있어 시대별로 주종을 이룬 관점을 70년대 현실참여, 80년대 모더니즘, 90년대 일상성ㆍ미시성, 2000년대 전체적 조망으로 정리했다.

김유중 서울대 교수는 "자유, 죽음, 양심, 모험 등 그동안 김수영 문학을 해명하려 동원된 수많은 주제어들은 결국 존재의 본질로 되돌아가 근원적 사유를 모색하려는, 김수영의 존재론적 관심에서 파생된 것"이라며 "하이데거 존재론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김수영 문학의 올바른 이해와 평가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수영의 번역과 독서를 연구한 박지영 성균관대 연구교수는 "김수영의 번역작품은 텍스트로 수용되기 전 단계의 과도기적 텍스트가 아닌, 시와 산문과 비등한 텍스트라고 봐야 한다"면서 관련 자료의 체계적 수집에 관심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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