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수입은 내집 마련에 사용하고 부인 수입으로 생활을 하던 맞벌이 부부가 서로의 소득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혼을 청구한다면 받아들여질까.
결혼 15년차 맞벌이 부부인 아내 A씨와 남편 B씨. 회사원인 A씨는 자신의 소득 대부분을 생활비와 자녀 3명의 양육비로 썼다. 특히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아 영어ㆍ수학ㆍ논술 과외비는 물론, 피아노ㆍ바이올린ㆍ미술ㆍ수영 교습비, 어린이집ㆍ유치원 비용까지 모두 자신이 혼자 부담했다. 연 9,500여만원에 달하는 소득도 거의 남지 않았다.
반면 남편 B씨의 수입은 주로 ‘내집 마련’에 쓰였다. 결혼을 앞두고 서울의 한 아파트를 취득한 B씨는 자신의 소득으로 대출금 이자를 내거나 또 다른 아파트의 분양을 받는 등 주거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자녀 교육비는 거의 대지 않았다. 생활비는 아내가, 자산관리ㆍ증식은 남편이 맡은 것이다.
언뜻 역할 분담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결혼 후 1년간을 제외하곤 남편은 아내에게 자신의 소득 및 자산 관리내역을 거의 알려주지 않았고 상의하는 일도 없었다. 그 결과 아내 명의의 재산은 거의 남지 않은 반면, 남편은 자신 명의의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갖게 됐다.
문제는 이들 부부가 2006년 10월 부부싸움을 한 뒤 각 방을 쓰면서 불거졌다. 아내 A씨는 “소득을 공개하지 않고 생활비도 주지 않아 내 소득으로만 생활비를 충당케 했다”며 법원에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 소송을 냈다.
그러나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 김익현)는 “남편이 전적으로 주거 문제를 책임져 왔고, 아내도 자신의 소득관리 상황을 남편에게 알려주지 않은 점 등에 비춰 남편이 악의로 유기했다고 단정하기엔 부족하다”며 이혼을 불허했다.
재판부는 “부부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남편에게 부양료 및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으므로 이혼만이 해결책이 아님을 지적해 둔다”고 덧붙였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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