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오랜 염원이던 EU의 정치적 통합이 역내 전체 인구의 1%도 되지 않는 아일랜드의 반대로 일대 타격을 받고 있다. 13일 아일랜드 국민투표에서 리스본 조약이 부결된 뒤 유럽 주요 언론들은 조약 부결로 유럽 통합의 꿈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해법을 둘러싸고 진통과 정치적 갈등이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리스본 조약이 부결된 다음날인 14일 “나머지 EU 국가들은 조약 비준 절차를 계속해야 한다”고 각각 성명을 발표한 것을 근거로 유럽의 주요 지도자들이 아일랜드를 배제하고 나머지 26개 회원국의 비준을 통해 리스본 조약을 타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6개국 회원국의 비준만으로 리스본 조약이 효력을 발휘토록 개정안을 만드는 등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31일 회원국 서명을 마친 리스본 조약은 27개 회원국이 모두 찬성해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가디언은 EU에서 막강한 발언권을 가진 두 정상이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이 방안을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 방안은 아일랜드를 EU에서 사실상 고립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 유럽 통합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비준을 남겨두고 있는 영국 체코 폴란드 키프로스 등 8개국에서 이번 부결로 인해 아일랜드의 복사판이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아일랜드가 리스본 조약에 대한 국민투표를 재실시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아일랜드는 2001년 리스본 조약의 전신인 니스 조약을 국민투표에서 거부했다가 이듬해에 재투표를 실시해 통과시킨 적이 있다.
그러나 이 방안도 문제가 없지 않다. 텔레그래프는 “아일랜드 국민 사이에 리스본 조약에 대한 반감이 상당히 높아 국민투표를 재실시해도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때문에 브라이언 코웬 아일랜드 총리도 국민투표 재실시에 부정적인 입장이다”고 보도했다.
이 밖에 조약 내용을 일부 수정해 아일랜드에 비준을 다시 요청하거나, 조약을 아예 폐기하고 원점에서 조약을 새로 만드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어느 것도 쉬운 일이 아니어서 유럽 통합은 한동안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1일 발효될 예정이던 리스본 조약은 연임 가능한 임기 2년 6개월의 대통령직 신설 등 회원국들의 정치적 통합을 규정하고 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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