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두고 이명박 대통령의 장고(長考)가 계속되고 있다. 6일 이후 열흘 간 중소기업 전략회의에 참석한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대외적 활동 없이 민심수습을 위한 각계 인사들과의 공식ㆍ비공식 면담만 이어지고 있다.
그런 이 대통령이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와의 15일 회동에서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했다.
이 총재가 “정파를 대표하는 사람은 총리로 곤란하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를 충족해야 한다는데 공감하며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총리와 대통령실장 투 톱의 교체가능성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이로 미루어 이 대통령이 내각과 청와대의 전면적 개편을 구상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총리와 대통령실장의 거취를 놓고 ‘모두 교체’ ‘한 명 교체, 한 명 유임’ 등 다양한 조합의 해석이 나왔지만 큰 상황 변화가 없는 한 ‘투 톱 교체’와 전면개편이 인적 쇄신의 골자가 된 셈이다.
다만 시기는 아직도 유동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쇠고기 협상 등 정치적 상황도 있지만, 무엇보다 무결점 인사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인선이 조금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총리 등 내각 인선은 국회 상황에 따라 조금 더 늦어질 수 있지만 청와대 비서진의 경우 일부 내정 통보가 이뤄지는 등 막바지 작업 중”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해 청와대 개편은 조만간 이루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청와대의 경우 직제개편과 함께 인사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류우익 대통령실장 후임으로 윤여준 전 의원이 가장 앞서있다는 평이며 후보군인 윤진식 전 장관과 박세일 맹형규 전 의원에 비해 조명을 더 받고 있다.
대통령실장 직속으로 신설될 홍보특보에는 박형준 전 의원이 유력하며, 그 밑으로 1급 비서관 2~3명을 두고 국정운영에 대한 여론조사, 대 인터넷 업무 등 전 정권의 국정홍보처 기능을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라인에는 기존의 여당 담당 정무1비서관과 야당 및 시민ㆍ사회단체 담당인 정무 2비서관의 직제를 현장과 기획을 나눠 정무비서관과 정무기획비서관으로 바꿀 전망이다.
여기서 정무 2비서관이 담당하던 시민사회단체 업무를 떼어내 새로 비서관 자리를 신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뉴라이트 단체 출신 인사가 유력하다.
개각의 경우 한승수 총리 후임으로 지역화합 차원에서 전북 출신의 강현욱 전 전북지사가 비중있게 거론되고 있다.
충청 출신의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의 경우 이 대통령과 이 총재 측 모두 “이날 오찬회동에서 언급되지 않았다”고 했으나 논의를 한 뒤 부인하는 것일 수도 있어 여전히 유효한 카드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강재섭 대표는 본인이 고사하거나 국면전환에 적합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후순위로 처졌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에도 인사에 잔뜩 뜸을 들이다 발표하곤 했지만 여러 잡음이 생기는 등의 부작용이 적지 않았고, 당선자 시절에도 정권 출범이 임박한 2월 20일이 돼서야 내각 명단을 발표했다. 이번 장고는 어떤 작품으로 귀결될지 주목된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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