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세검정로를 따라 북악터널 방향으로 가다 보면 왼편으로 드문드문 보이는 고급 주택들. 1970~80년대 ‘서울의 비버리힐스’로 이름을 날리던 평창동 400~500 일대 고급 주택단지다.
1968년 김신조 청와대 습격 사건 이후 산에 민가를 지어 공비들이 쉽게 침투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공원용지 85만㎡를 민간에 분양, 조성된 단지로 알려져 있다. 이 중 17만㎡가 개발이 제한돼 이빨 빠진 것처럼 빈 터로 남아있다.
이 마을이 최근 시끄럽다. 이 일대에 대한 종로구의 지구단위계획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재산권 보호를 주장하는 토지 소유주들과 개발 제한을 요구하는 환경단체 간의 해묵은 갈등이 다시 불거졌기 때문이다.
종로구 관계자는 15일 “1970년대 땅이 택지로 분양됐지만 2000년 원형택지(녹지 보존을 위해 건축을 제한한 땅)로 개발 조건이 강화되는 바람에 토지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며 “이들의 재산권을 인정하면서 환경도 지킬 수 있는 개발계획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종로구는 2006년 이 지역에 대한 개발 제한이 완화되자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의뢰한데 이어 올 2월에는 개발업자와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발 설명회까지 마쳤다.
당초 서울시는 2000년에 ‘지목이 대지라도 경사가 21도 이상이거나 전체 면적 중 나무가 있는 면적(입목수본도)이 51% 이상이면 집을 지을 수 없다’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 더 이상의 개발을 막아왔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북한산 자락의 산림훼손이 가속화 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염형철 운영위원장은 “‘친환경 개발’이라는 것 자체가 자기 합리화를 위한 어불성설”이라며 “사유지라 하더라도 생태적, 공익적 관점에서 원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염 위원장은 “서울시가 이 대지를 매입해 북한산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종로구는 주민들이 집을 짓는 것이 녹지 보존에도 더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종로구 관계자는 “일부러 나무를 고사 시키는가 하면 땅을 몰래 파내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며 “해당 지역이 자연경관지구인 만큼 환경과 조화를 이룬 건축물로 개발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을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자연경관지구에는 건폐율 30%, 용적률 60%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조례 개정으로 관련 규제가 없어졌더라도 무분별한 개발이 북한산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명확한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김응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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