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구상조각을 대표하는 고(故) 유영교의 첫 번째 추모전이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13일 개막했다. 59세의 나이에 담도암으로 세상을 떠난 그의 2주기를 맞아 마련된 전시다.
이번 전시는 유영교의 작품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해볼 수 있도록 그가 조각을 시작했던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시기별 작품 50여점을 한데 모았다.
첫 번째 전시장의 ‘모자상’, ‘여인상’, ‘부부상’, ‘자매상’ 등에서 보듯 최대한 단순화한 인물의 형상을 통해 따뜻하고 푸근한 돌 조각을 빚어낸 유영교의 구상조각은 돌이라는 찬 재료를 이용해 서정적인 구상세계를 표출해내는 것이 특징. 풍만한 인체의 볼륨과 곡선으로 흘러내리는 둥근 실루엣이 정겹고도 측은하다.
추상조각과 실험미술의 조류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제자리를 지켜온 유영교의 구상 돌조각은 90년대 들어 한 차례 변화를 겪었다. 움직이는 대규모 추상 철재조각, 키네틱 아트(Kinetic Art)와 자연석 안에 물을 흘려 보내는 <샘> 시리즈가 새로 선보인 것. 샘>
키네틱 아트작품을 대표해 청계천 복원기념으로 설치, 서울시민의 많은 관심을 받았던 야외 조각 작품 <에어 조이(air joy)> 가 가나아트센터 야외전시장에 일부 전시되고 있다. 긴 막대 끝에 매달린 잠자리 모양의 조각품이 바람이 부는 속도와 방향에 따라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작품이다. 에어>
다듬지 않은 자연석 안에 매끄럽게 다듬은 돌을 넣고 그 안에 구멍을 뚫어 물을 흘려보내는 <샘> 시리즈는 자연과 인공, 젖음과 마름, 고정과 순환의 대립항들이 조화를 빚어내며 동양의 정서를 풍긴다. 샘>
전시장 한 켠에는 사진작가 배병우가 찍은 작가의 사진을 배경으로 생전의 작업실을 그대로 재현한 곳도 있다. 생전의 그를 미처 알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도 반가울 전시다. 7월6일까지. (02)720-1020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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