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전남 영암군 삼호읍 산포리 국제자동차경주대회(F1) 경주장 공사 현장. 성토 작업에 쓰일 흙을 바쁘게 실어 나르던 150여대의 덤프 트럭이 온데 간데 없다. 땅바닥을 다지던 굴삭기, 불도저 등 중장비 30여대는 한 쪽에 멈춰 서 간간이 흩날리는 흙먼지만 뒤집어 쓰고 있다.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개발(일명 J프로젝트) 핵심 사업인 185만㎡짜리 F1경주장 공사 현장이 이렇게 황량한 벌판으로 변해버렸다. 시공 업체인 K사 관계자는 "연약지반 개량과 성토작업 등 모든 공사가 중단됐다"며 "공기가 지연되면서 지체보상금까지 물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건설기계노조가 전면 파업에 들어가면서 전국의 모든 건설 공사가 서서히 멈추고 있다. 신도시 개발과 아파트 건설공사까지 피해가 확산되면서 현장에선 아우성을 치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가장 피해가 심각한 곳은 신도시 건설 현장이다. 최근 자재가 급등에 이어 설상가상으로 건설노조 파업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송도국제도시 9개 공사현장 가운데 8곳에서 공사가 사실상 중단됐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건설노조의 운행 중단이 길어지면 덤프 트럭이나 레미콘을 구하기 힘들어, 송도국제도시 기반시설공사는 1주일 안에 올스톱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운송료 현실화 등을 요구하며 운행 거부에 들어간 영종특구 영종하늘도시 1∼4공구 공사현장도 덤프트럭과 50여대와 중장비가 운행을 멈춰 공사가 25일째 전면 중단되고 있다.
청라특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청라지구 기반공사 현장에는 일부 비조합원이 덤프트럭으로 흙을 나르고 있지만 내부에서 흙을 운반하는 건설노조 소속 덤프트럭 61대는 모두 운행을 거부해 개점휴업상태다.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개발 현장에서는 덤프트럭은 물론 타워크레인까지 멈춰 서면서 올 연말로 예정된 첫 입주 시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동탄신도시 M건설 현장은 터파기를 해 놓은 상태에서 일손을 놓고 있으며, 인근 D현장은 시멘트 수급에 차질이 생겨 공사 현장이 마비됐다.
전국 주요 도로 건설 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충북 청주시 내덕동~청원군 북이면을 잇는 국도 36호선 도로건설 현장은 이날 25톤 덤프트럭 15대가 운행을 거부하면서 북이면 지역에서 한창인 성토작업이 완전 중단됐다. 시공업체 D건설은 토공작업을 뒤로 미루고 교량 등 다른 구조물 공사만 벌이고 있다. 옥천군 군서면~월전리 간 국도 37호선 터널 공사 현장도 덤프트럭 운행 중지로 공기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전북 익산시 춘포면의 전라선 복선전철화 사업 현장과 전주~논산 고속도로 현장, 강경~연무간 지방도 건설 현장 등도 토사 등을 운반할 트럭이 없어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송원영 기자 이범구기자 한덕동기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