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운수산업 노조 화물연대가 13일 0시를 기해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전국 물류수송이 마비되고 있다. 부산항을 비롯한 전국 주요 항만과 산업기지에서 대부분의 화물차들이 멈춰서 수ㆍ출입은 물론 시멘트 철강 등 건축자재가 수송되지 않아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화주들은 물류차질이 사실상 일주일가량 진행된 만큼 조속히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수출중단 등 가뜩이나 악화한 무역수지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평택항 여객터미널 벌써 한계초과
13일로 닷새째 파업이 이어진 평택항 동부두 컨테이너터미널.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가 설치한 천막에서 노조원 100여명이 “경유가 인하, 표준요율제 시행, 운송료 인상” 등의 구호를 외치며 농성했다. 그 뒤 진ㆍ출입로 양쪽으로 거의 1㎞에 걸쳐 빈 트레일러들이 부두쪽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컨테이너와 함께 늘어서 있다. 이곳에서는 전날 냉동, 냉장, 활어 등 긴급히 처리해야 할 화물 2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가 반출되는 데 그쳤다.
이날도 평택항에서는 시간당 한, 두대의 트레일러만이 통과했으며, 화주들은 자체 차량을 동원해 화물을 인근 창고로 옮기는 모습이 눈에 띌 뿐이었다.
평택항만청 관계자는 “2개의 컨테이너터미널 중 국제여객터미널 쪽은 장치율(야적장 대비 화물량 비율)이 103%로 이미 한계를 초과했다”며 “자동차를 운반하는 카캐리어도 파업에 동참하면서 벌써부터 자동차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서경지부가 이날 오전 10시 파업출정식을 가진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도 화물 수송이 사실상 멈췄다. 경인ICD 소속 16개 운송회사들도 노조원과의 충돌을 우려해 화물운송을 자제하면서 이날 군부대 차량동원에도 불구, 트레일러로는 300TEU 반출에 그쳤다. 의왕ICD의 이날 반출입량은 평소의 37%인 2,600TEU에 달했으나 대부분 철도를 이용한 것이었다.
▲ 부산 트레일러 통행량 평소의10%
부산북항에서도 이날 오전 감만부두(BICT)에 도착해야 할 컨테이너 100개와 자성대터미널에 도착 예정이던 50개의 컨테이너 선적이 중지되는 등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부산항 전체 트레일러 3,081대 가운데 80%가량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500여대만이 운행에 나서 수송 차질 컨테이너는 2만개에 달했다. 운송거부로 평소 60%이던 장치율은 이날 오후 82%까지 급등했고, 신감만부두 등 일부 부두는 95%까지 치솟아 부두마비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부산시와 부산해양청은 군용 컨테이너 55대와 운전인력 등을 부산항과 양산ICD 등 주요 물류 거점에 배치했으나, 물류대란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부산 녹산공단 A철강업체의 경우 사흘 전부터 중국 수출물량 운송이 중단된 데 이어, 이날부터는 부산항을 통한 원자재수입마저 중단돼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화물연대 부산지부는 부산세관 앞과 3~5부두 앞 등 부산지역 10여 곳에 대해 향후 한 달간 집회신고를 내놓고 대한제강과 YK스틸 등 4개 철강업체를 상대로 운송료 인상 등을 적극적으로 촉구할 방침이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컨테이너를 부산에서 충남 천안까지 10회 정기 운송하면 세금을 빼고도 140만원의 적자가 나 운송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 광양시내 공장도 가동 중단
부산항 인천항에 이어 컨테이너 수송물량이 3위 규모인 전남 광양항도 파업 이틀 만에 컨테이너 항만기능이 마비됐다. 운송업체들은 철도편으로 물량을 수송한 뒤 야드트랙터(YT)를 이용해 부두에서 터미널까지 수송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파업 조합원들이 트랙터의 보험 미가입을 이유로 운행을 막으면서 터미널 운영사와 조합원들간 실랑이가 하루종일 계속됐다. 이 때문에 광양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평소 하루평균 5,100TEU에서 702TEU로 뚝 떨어졌다.
하루 평균 40피트짜리 컨테이너 240~250개를 광양항과 부산항으로 운송하는 삼성전자 광주공장은 이날 자체 수송에 나섰지만 컨테이너 30여개를 운송하는데 그쳤다. 공장 관계자는 “수출물량의 경우 기업의 신용문제 등이 걸려 있어 어쩔 수 없이 제품을 계속 생산하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생산 감축여부를 결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원료반입 차질과 제품 출하량 급감으로 시멘트 재고량이 쌓이면서 대한시멘트 등 광양시내 5개 시멘트 공장 가운데 4곳도 가동을 멈춘 상태다.
중소규모 수출입 업체들의 물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 화주들은 수출입 화물에 대해 컨테이너 부두 내 자체 물류창고 등에 3~7일 분량을 야적해 놓고 재고관리를 할 수 있지만 중소규모 화주들은 그럴 형편이 못돼 피해가 갈수록 커지는 추세”라고 걱정했다. 화물연대 전남지부 관계자는“화주와 운송업체들이 화물차 운송료율을 30% 인상하지 않으면 파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부산=김창배 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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