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직관이다.”(김태균 감독) <크로싱> 홍보자료에 적힌 차인표(41)의 캐스팅 이유다. “이 이야기를 누가 그만큼 진정성 있게 할 수 있을까. 북한의 아이들을 위해 작업할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배우라고 생각했다.”(김 감독) 크로싱>
대중은 배우에게 이미지를 덧씌운다. 박애주의를 실천하는 모범적인 가장. 차인표의 이미지다. 가족을 북에 두고 온 탈북자 역에 차인표가 떠오른 것은, 그래서 ‘직관적’인 것이었다. 그 ‘직관’의 의미를 누구보다 차인표가 잘 알았다. 그래서 두 달을 피해 다녔다.
가족애와 휴머니즘의 대명사로 소비될 자신의 이미지, 아니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화 배우로서의 기능보다, 영화를 소개하기 위해 차인표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내내 섭섭했어요.” 그의 얼굴에 한 줄 수심이 스쳤다.
그러나 결국, 차인표는 배역을 맡았다. 설득당했냐고 묻자 고개를 저었다. “마음을 돌이킨 거죠. (캐스팅을 피해) 도망다니는 두 달 동안 탈북자의 현실에 대해 알게 됐어요. 예전에는 숫자로만 인식했던 탈북자의 현실이 내 이웃의 이야기로 다가왔죠. 마흔이 넘은 대한민국 중년이, 코 앞의 불쌍한 이웃을 위해 아무 것도 한 게 없는 거에요.”
독실한 크리스천답게 그는 소명을 얘기했다. “이 영화에 참여해 사람들이 탈북자 문제에 조금 더 관심을 갖게 하는 것, 그게 제 소명이란 걸 깨달았죠.” 그 소명의식은 피하고 싶은 굴레 속으로 다시 차인표의 발길을 이끌었다.
차인표가 맡은 용수는 아내의 약을 구하기 위해 두만강을 건넜다가 본의 아니게 남한으로 가게 된 남자. 생이별의 아픔과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을 맨몸으로 표현해 내야 했다.
“처음에는 탈북에 초점을 맞췄는데 접근이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버지의 마음으로 용수 캐릭터에 다가갔어요. 그러니 쉽게 용수가 될 수 있었어요. 아들을 보고 싶은 마음, 그건 아프리카나 미국이나 북한이나, 다 똑 같은 거잖아요.” 영화 속 용수는 탈북이라는 무거운 상황을 뚫고 따뜻한 인간의 온기를 전한다.
그러나 <크로싱> 은 그런 ‘따뜻함’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용될 위험이 크다. 언론시사회에 앞서 국회에서 열린 시사회에는 남북대결을 부추겼던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박수를 쳤다. 목적에 따라선 과거의 반공영화처럼 <크로싱> 을 ‘써 먹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차인표도 이 부분을 고민하고 있었다. 크로싱> 크로싱>
“사실 전 국회 시사를 반대했어요. 이 영화가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거나 어느 한쪽을 골탕먹이는 데 이용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전 이 영화가, 탈북자들이건 그들을 품어야 하는 대한민국 국민이건, 모두에게 위로가 되는 영화가 되길 바랍니다.”
배우가 출연한 작품보다 다른 생활로 더 주목받는다는 것은 적잖이 피곤한 일. 간간이 나오는 연기력 논란보다 그게 더 차인표를 힘들게 하는 듯했다.
“언제부턴가 선행부부다 바른생활 사나이다 그러는데… 그걸로 CF 하나라도 더 해서 돈을 벌 목적이 있다면, 그 이미지를 지켜야 하고, 그래서 부담이 되겠죠. 하지만 그런 게 아니니 부담은 없어요. 남들이 뭐라 하건 우리 부부는 우리가 선택한 길을 갈 거니까요. 다만 피로하긴 해요. 가리키는 걸 봐줬으면 좋겠는데, 다들 손가락만 쳐다보니까.(웃음)”
■ 영화 '크로싱' 탈북자의 비극… 휴머니즘과 프로파간다 사이
극영화되 다큐멘터리의 느낌이다. 분단과 굶주림, 탈북, 그리고 차별과 이별. 영화는 현재 한반도와 한반도 주변에서 매일 일어나는 비극을 눈 앞에 펼쳐 놓는다. 논픽션에 무척 가깝기에, 바라보는 눈은 따끔거리고 가슴 한 편은 묵직해진다.
하지만 그 불편함은 '감동'과는 다른 느낌이다. 마음 한 자락을 바닥에 끌리게 만드는 힘이지만, 그 힘에 몸을 내맡기고 싶지는 않는다. 기시감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 단체관람했던 <똘이장군> 의 기억이다. 지옥과 다름없는 북한의 현실, 그것이 어떤 프로파간다로 연결되는지 알기 때문이다. 똘이장군>
그런 자기방어 기제를 극복한다면, 혹 그것의 작동이 필요치 않은 관객이라면, 영화는 잔잔한 드라마로 볼 만하다. 다만 그럴 경우에도 이런 자문은 필요하다. '내 삶은 안정적이길 바라면서, 타인의 삶은 충격적이길 바라는 속물적 근성에서 나는 자유로운가."
그 질문마저 통과한 관객이라면, 이 영화에 '휴머니즘'의 딱지를 붙여도 좋다. 우리가 발 디딘 분단국의 현실은, 그만큼 만만치 않다. 26일 개봉. 12세 관람가.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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