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크게 오른 원ㆍ달러 환율의 최우선 수혜대상으로 꼽혔던 수출기업들도 정작 환율 덕을 크게 보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호조와 환율 상승으로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덩달아 원자재 수입비용과 외화부채 상환부담도 함께 늘었기 때문이다.
16일 한국은행이 1,567개 상장ㆍ등록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1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 우리나라 제조업 수출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8.2%로 지난해 4분기에 비해 1.7%포인트 상승했지만 영업외 순익을 감안한 세전순이익률은 7.2%로 0.1%포인트 늘어나는데 그쳤다.
한은은 이에 대해 “수출기업의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20.7% 급증하는 등 수출이 호조를 보였고 생산자물가의 상승으로 판매가격이 오르면서 매출 이익이 늘었지만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환손실이 이익 증가분의 대부분을 상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사대상 업체의 외환손실은 매출액 대비 1.4%인 3조4,000억원인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이들 업체의 총자산이 우리나라 전체 기업체 자산의 56%인 것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전체적으로는 약 6조원의 환차손이 발생했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최근 논란이 된 키코(KIKO) 등 환헤지용 통화옵션상품의 손실이 제외된 것으로 실제 환차손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김지영 한국은행 기업통계팀장은 “우리나라 기업들은 외화자산보다 외화부채가 많아 환율이 오르면 외채 상환 부담이 커지고 당장 원자재 수입 비용도 증가하면서 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수기업과 비제조업 부문을 모두 포함한 전체 기업의 수익성은 비교적 큰 폭으로 개선됐다. 전체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7.4%, 세전순이익률은 6.9%로 전분기에 비해 각각 2.2%포인트, 2.1%포인트 늘었고 특히 내수기업은 상대적으로 외환손실이 적었던 덕분에 세전순이익률이 7.5%로 전분기의 3.6%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졌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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