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이혼, 가난 속에서도 전교 어린이 부회장을 지낼 정도로 명랑하고 쾌활했던 소녀 고(故) 허은정(11ㆍ초6)양의 살해범은 과연 누구일까.
경찰은 일단 지역 불량배와 성범죄 전력자 등을 중심으로 탐문수사를 벌여 용의자를 4, 5명으로 압축한 상태다. 수사 관계자는 13일 “시신 발견 지점은 일반 등산객은 전혀 다니지 않는, 마을 주민이 아니면 알기 힘든 장소”라며 “범인은 그동안 용의선상에 올려놓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가장 큰 의혹은 사건 해결의 결정적 열쇠를 쥔 허양의 할아버지 허모(72)씨의 오락가락하는 진술 태도다. 허씨는 “괴한이 ‘당신은 맞아야 해’라며 얼굴을 마구 때리다 손녀가 말리자 끌고 달아났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범인에 대해 “아는 사람”“모르는 사람”이라고 4, 5차례나 번복하고 있다. 최면수사에서도 거부 반응을 보였고, 사건 당시 방에 TV를 켜 놓았는데도 범인 숫자마저 오락가락 하고 있다.
허씨 폭행이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범인이 왜 허양을 납치ㆍ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했는지도 의문이다. 초등학교 6년생을 무참하게 살해할 정도로 원한이 깊은지, 납치후 나이에 비해 성숙했던 허양을 보고 성폭행한 것인지 등 다양한 가능성만 제기되고 있다.
허양 부모가 6년 전 이혼한 뒤 서로 떨어져 살고 있다는 점에서 수사의 초점은 할아버지 허씨와의 원한관계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소형 트럭을 몰며 생선 판매를 해온 허씨에게 손녀를 살해하는 방법으로 보복할 정도로 범인이 어떤 깊은 원한을 갖고 있었는지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경찰은 용의자를 중심으로 알리바이를 조사하는 한편 사체가 발견된 산기슭에서 발견한 담배꽁초, 피가 묻은 것처럼 보이는 붉은 천, 막걸리병 등과 이 사건과의 연관성을 수사 중이다.
대구=정광진 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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