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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햇살·바람·바다의 3중주 '하얀보석' 피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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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햇살·바람·바다의 3중주 '하얀보석' 피날레

입력
2008.06.1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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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담그면 금세 흐물흐물 물러져버리고, 장을 담그면 그 맛이 써 울상을 짓기 일쑤다. 다 소금 때문이다. 김치나 장은 염장의 발효 음식. 질 좋은 천일염에 들어있는 미네랄과의 적절한 조화로 그 맛이 우러나야 하는데, 저급의 수입 소금이나 화학 소금인 정제염을 쓰는 탓에 맛을 망치는 것이다. 소금은 단순히 짠맛만 내는 게 아닌, 한국의 맛의 원천이다.

■ 우리 맛의 원천, 천일염

이 귀중한 천일염이 지난 100여년 식품이 아닌 광물로 취급돼왔다. 천일염은 염화나트륨(NaCl)만으로 이뤄져있지 않다. 천일염의 NaCl 비중은 80%대. 나머지는 칼슘 마그네슘 칼륨 등 다양한 천연 미네랄이다. 미네랄이 어떤 좋은 역할을 하는지 모르던 그 시절, NaCl 이외의 것은 그저 '불순물'로만 여겨졌다.

소금에 불순물이 섞여있으니 식품이 아닌 광물이라는 구분이 그렇게 생겨난 것이다. 식품이 아닌 탓에 법은 천일염을 음식에 직접 사용할 수 없도록 했고, 가정에서는 바닷물을 이온교환막에 전기투석시킨 정제염이나 값싼 수입 소금을 이용해왔다.

모든 소금에 천연 미네랄이 함유된 것은 아니다. 정제염과 암염에는 미네랄이 없다. 소금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이런 미네랄이 없는 소금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한국산 천일염이 정제염보다 혈압을 훨씬 낮은 상태로 유지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같은 천일염이라도 우리 염전처럼 갯벌 지형에선 미네랄 함량이 높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미네랄이 거의 없다고 한다. 올해 3월 국회에서 '염 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돼 천일염이 드디어 식품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거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됐고 우리의 소중한 자원인 염전은 많은 걸 잃어버렸다.

세계 최고로 치는 프랑스 게랑드 소금보다도 미네랄 성분이 많은 우리 천일염이지만 광물로 천대받고, 값싼 수입 소금에 밀려있다 보니 적정 이윤을 내지 못했다. 돈이 안되니 문 닫는 염전이 늘고, 소금밭을 가는 염부를 지원하는 젊은이들이 없어 몇 년 후에는 대가 끊길 판이다.

■ "바닷물 100 바가지에서 소금 한 줌"

전남 신안의 증도에는 단일 염전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태평염전이 있다. 한국전쟁 직후 몰려든 피란민들의 생계를 해결할 목적으로 전증도, 후증도 2개의 섬을 연결해 만든 거대한 염전이다.

여의도 2배 크기인 460만㎡의 면적. 한 해 1만5,000톤의 천일염이 생산된다. 염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60여개의 소금창고 행렬이 끝없이 이어져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태평염전과 염전 초입의 석조소금창고는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소중한 유적이기도 하다.

염전은 크게 저수지, 증발지, 결정지로 구성돼 있다. 저수지는 1차적으로 바닷물을 저장하는 공간. 증발지는 태양과 바람으로 바닷물의 염도를 높이는 곳으로 제1증발지(난치)와 제2증발지(누테)로 나뉜다. 결정지는 난치와 누테로 염도를 높인 해수를 소금으로 거두는 곳이다.

저수지, 증발지 등을 거쳐 소금을 거두는 데까지는 20~25일이 걸린다. 태평염전의 정구술 과장은 "바닷물 100 바가지에서 소금 한줌을 거둔다"고 했다.

바닷물의 염도는 겨울엔 1도, 한 여름엔 3도 정도. 이 물이 증발지를 거쳐 23~25도가 되면 결정지로 보내져 소금이 탄생한다. 천일염에는 당일염과 고질염이 있다. 결정지에서 하루만에 빚어낸 소금이 당일염이고, 빛과 바람이 시원찮아 며칠 걸려 빚어낸 게 고질염이다.

정 과장은 "당일염은 최상급으로 소금 결정이 우윳빛을 띠고, 고질염은 쓴 맛이 있고 결정이 투명해 보인다"고 했다. "결정의 크기는 그날의 볕과 바람이 결정하는 것이니 소금을 고를 때는 결정의 크기보다는 색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그는 "작은 결정을 혀 끝에 대고 저절로 녹기를 기다려 뒷맛이 단맛이 나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금이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 시기는 뙤약볕 내려 쬐는 한여름이 아닌 5,6월이다. 이때가 햇볕은 강하지 않아도 바람이 살살 불어 증발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정 과장은 "소금을 만드는 바람은 오뉴월 치맛자락 슬슬 날리는 미풍"이라고 했다. 소금을 채취하는 시기는 밤 기온이 15도를 넘는 4월 중순부터 9월말, 10월 초순까지다.

■ 주몽이 티베트로 간 이유

염전 입구의 소금박물관에서는 소금에 대한 재미있는 상식과 소금의 역사를 배울 수 있다. 고구려 주몽이 티베트 소금산으로 소금을 구하러 갔고, 고구려 15대 미천왕은 최초의 소금장수였다고 한다.

봉급을 뜻하는 샐러리(salary)란 말은 로마시대에 소금으로 지급된 병사 급료, 병사를 뜻하는 솔저(soldier)는 소금으로 급여를 받는 병사를 가리킨 데서 유래했다. 소금박물관 박선미 학예연구사는 "프랑스혁명과 미국의 남북전쟁, 간디의 비폭력 저항운동도 소금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태평염전에서는 소금밭 체험도 할 수 있다. 염전에서 준비한 장화를 신고 들어가 직접 고무래로 소금밭을 일궈보고, 물레방아처럼 생긴 수차도 돌려볼 수 있다. 박물관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ㆍ어린이 1,000원. 염전 체험료는 어른 3,000원, 청소년ㆍ어린이 2,000원. 염전체험은 최소 2일 전에 예약해야 한다. (061)275-0829

태평염전에서 생산한 천일염은 '섬들채'란 상표로 인터넷 주문 판매한다. 3년 이상 저장해 간수를 완전히 뺀 천일염 10kg 포장이 1만2,000원, 짠물에서 자라는 함초를 이용한 함초자연소금은 5kg 2만2,000원 등이다. www.sumdleche.com

증도=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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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멈춰선듯 슬로시티 증도, 느림의 행복 만끽해요

증도는 ‘슬로 시티’(Slow City)다. 이탈리아에 본부를 둔 슬로시티 국제연맹은 지난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전남 담양, 장흥, 완도와 함께 신안군 증도를 슬로시티로 인정했다.

어느 지역이 슬로시티의 이름표를 걸려면 고유의 전통과 함께 패스트푸드 등에 맞서 슬로푸드 등 친환경의 음식문화를 지켜낼 수 있어야 한다.

슬로시티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한양대 관광학부 손대현 교수는 “슬로푸드는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은 재료를 자연 그대로 천천히 숙성시켜 제대로 먹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장, 젓갈 등 염장이 기본이 되는 한국의 전통음식이 바로 슬로푸드의 전형인 셈이다.

증도는 태평염전 말고도 볼 것이 많은 섬이다. 슬로시티에 왔으니 섬 관광도 ‘슬로’하게 즐겨보자. 느림의 미학을 음미하기 위해 증도를 찾았다면 자전거 여행을 추천한다.

증도는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자전거 코스와 대여 자전거를 구비해놓고 있다. 증도면에서 준비한 자전거는 총 375대. 증도면사무소와 짱뚱어다리, 소금박물관, 갯벌생태전시관, 우전해수욕장 주차장 등 5곳의 보관대에서 무료로 빌려 사용할 수 있다. 면에서는 보다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8월 1일부터는 하루 2,000원의 이용료를 받을 계획이다.

1970년대 중반 증도 앞바다. 한 어부의 그물에 청자 화병이 걸려 올라왔다. 바다 속에 가라앉은 선박에서 중국 송대, 원대의 유물 2만3,000여점이 발굴된 것. 증도는 이후 ‘보물섬’으로 유명세를 치러야 했다.

하지만 보물섬 증도의 진짜 보물은 청정 갯벌이다. 60만평이 넘는다는 갯벌 주변에 오염원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게르마늄 성분을 다량 함유한 증도 갯벌은 피부노화 방지와 보습효과가 뛰어나 화장품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증도 갯벌의 감상 포인트는 태평염전의 서쪽 끝 방파제. 광활하게 펼쳐진 찰진 갯벌 사이로 물길이 굽이굽이 휘감고 흐르는 모습이 순천만 갯벌과 닮았다. 인근 우전해수욕장과 증동리를 잇는 470m 길이의 ‘짱뚱어다리’는 섬의 새로운 명물. 갯벌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도록 설치한 갯벌관찰로다.

다리 이름은 갯벌에 유독 짱뚱어가 많아 붙여졌다. 질퍽한 갯벌에는 수많은 짱뚱어와 주먹만한 게들이 득시글거린다. 날이 어두워지면 소박한 조명이 다리에 빛을 띄운다.

우전해수욕장은 증도의 가장 큰 백사장. 길이가 4km에 달한다. 해수욕장 북쪽 끝에는 50여년 전 방풍림으로 조성된 송림이 짙은 녹음을 드리우고 있다. 숲이 한반도 모양을 하고 있어 ‘한반도 해송공원’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증도면사무소 뒤편의 산정봉에 오르면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화도에도 요즘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해당화가 많이 피어 만조 때는 마치 꽃봉오리 같다는 섬이다. 간조 때는 섬을 잇는 1.2km의 노두(갯벌 위에 놓은 돌, 지금은 도로로 연결)가 드러나 운치를 더한다. 드라마 ‘고맙습니다’ 촬영지로 사용된 민가가 있고, 섬의 정반대쪽 검산 방축리 해안가에는 송ㆍ원대 해저유물 발굴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증도가 관광 메카로 거듭난 것은 2006년 들어선 고급 숙박시설 엘도라도 리조트 덕분이다. 15평형에서 83평형까지 21개 동에 121개 객실을 보유한 리조트로 해수온천스파, 야외수영장, 레스토랑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우전해수욕장 남쪽 끝 해안 절벽에 위치해 객실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www.eldoradoresort.co.kr 061-260-3300).

리조트 입구의 증도갯벌생태전시관도 둘러볼 만하다. 1층은 갯벌전시관과 영상실, 2층은 갯벌체험학습실로 갯벌의 탄생에서부터 세계의 갯벌, 한국의 갯벌, 갯벌 생물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갯벌생태전시관이 섬 자전거 투어의 중심이다. 이곳에서 출발해 해송 삼림욕 코스는 5km, 해저유물발굴기념비까지 이어지는 해저보물선 코스는 8.9km, 화도까지 드라마세트장 코스는 6.8km, 염전 등을 둘러보는 일주코스는 16.2k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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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증도

▲ 서해안고속도로 함평분기점에서 무안광주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북무안IC로 나온다. 현경교차로에서 해제ㆍ지도 방향으로 달려 지도 솔섬을 거쳐, 사옥도의 지신개 선착장까지 간다. 선착장에서 증도행 철부선을 타고 15분이면 섬에 닿는다.

▲차량 운반료는 승용차 왕복 기준 1만5,000원(061-275-7685). 증도는 잘 발달된 뻘에서 낙지, 짱뚱어를 비롯한 각종 어패류가 생산된다. 요즘은 병어철, 싱싱한 병어를 회와 찜으로 맛볼 수 있다.

▲7월부터는 민어가 제철이다. 면사무소 앞 고향식당(061-271-7533)은 병어회와 찜을 각 2만5,000원에 내놓는다.

▲신안군 관광안내소 (061)240-8531, 증도면사무소 (061)271-7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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