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ㆍ미에 이어 북ㆍ일 관계의 막힌 물꼬가 트였다. 지난 주말 북ㆍ일 국교정상화 실무회의에서 나온 합의는 양국 관계와 북핵 6자 회담 등 한반도 문제 전반에 급속한 진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가 정세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처, 북한과의 대화를 서두를 필요성이 더 커졌다.
북ㆍ일 합의는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관계정상화의 선결조건으로 내건 일본의 요구에 북한이 상당한 성의를 보여 이뤄졌다. 북한은 2002년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 때 납치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미 숨졌다고 주장한 8명의 생사 여부 등을 재조사하기로 약속했다.
또 1970년 일본항공 여객기 요도 호 납치범 4명의 신병인도에 협력할 뜻을 밝혔다. 그 대가로 일본은 2006년 북한 핵 실험 이후 취한 양국 간 인적 왕래 금지조치를 풀고, 북한 선박입항 금지도 인도적 물자수송에 한해 해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정부의 대북 접근에 미국이 제동을 걸어온 사실을 상기하면, 이번 북ㆍ일 합의도 북ㆍ미 관계 진전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미국이 비핵화 합의 이행의 대가로 북한에 약속한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일본이 반대 명분으로 삼은 ‘납치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이 때문에 미국이 북ㆍ일 합의를 중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본이 미국의 대북정책을 추종해 온 점에 비춰 미국이 앞장서 설치한 장애물을 치운 결과라고 본다.
어쨌든 ‘납치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데도 테러지원국 해제와 6자 회담 진전을 일단 낙관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그제 한ㆍ중ㆍ일 외무장관이 이 달말 6자 회동 또는 정식회담을 하기로 합의한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더욱 적극적 자세로 상황 진전에 대비해야 한다.
이런 변화 국면에서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술책을 우려하던 이들이 다시 통일봉남(通日封南) 따위 헛된 말장난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북한의 봉미봉일(封美封日) 구도를 바라지 않는 바에야, 통북(通北)을 서두르는 것이 외교 전략적으로도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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