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산하 국세공무원교육원이 한국판 ‘크로톤빌(Crotonville)’을 꿈꾸고 있다.
크로톤빌은 미국 뉴욕 인근에 위치한 제네럴 일렉트릭(GE)의 연수원. 최고의 시설, 최고의 강사진, 최고의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오늘날의 GE를 만들어낸 인재양성의 산실이다. GE의 전 CEO인 잭 월치는 이곳을 통해 차세대 리더들을 발굴ㆍ육성했고, 매달 한번씩은 직접 찾아 강단에 섰을 만큼 열의를 보였다.
지난해 취임 이후 국세행정의 환골탈태에 몰두해온 한상률 국세청장은 변화와 개혁의 출발지로 국세공무원교육원을 주목했다. 국세행정이 바뀌려면 세정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바뀌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교육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벤치마킹을 하게 된 곳이 크로톤빌. 잭 월치가 크로톤빌을 통해 오늘날의 GE를 만들어냈듯이, 한 청장도 혁신적 교육ㆍ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국세청을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바꿔가겠다는 생각이다. 민간기업도 아닌 정부기관 연수원이 크로톤빌을 지향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올해 초 한 청장이 도입하겠다고 밝힌 ‘활력곡선’은 GE를 염두에 둔 대표적 사례다. 활력곡선이란 직원들을 객관적 성과평가를 통해 20%, 70%, 10%로 구분, ▦상위 20%에 대해선 급여인상이나 발탁승진 등 확실하게 보상해주는 반면 ▦하위 10%는 해고할 수 있도록 한 GE특유의 인사 시스템이다. 이 긴장감 넘치는 인사제도를 국세청에 적용함으로써, 공무원 조직의 무사안일한 행태를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행동학습(Action Learning)’도 크로톤빌에서 차용한 아이디어다. 크로톤빌에선 종래의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 참가자별로 팀을 구성해 토론과 실천을 통해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교육방식을 택하고 있다. 국세청과 공무원교육원 역시 이런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공무원 개인의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타운 미팅(Town Meeting)’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식민지시대의 주민총회에서 유래된 타운 미팅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집단토론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GE에서도 유사한 회의방식을 운용하고 있다.
국세공무원연수원에서 열리는 ‘타운 미팅’에는 한 청장이 직접, 때론 1박2일로도 참석하는데,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면 토론을 통해 그 자리에서 채택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한 청장은 “타운 미팅을 하다보면 살아있는 현장의 아이디어를 접하게 된다”며 “이 미팅을 통해 모든 국세청 직원들을 한 사람도 빠짐없이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취임 이후 월 평균 1.8회씩 교육원을 방문한 한 청장은 “세계 초일류 세정실현을 위해선 교육원이 가장 큰 바퀴 역할을 해야 한다”며 “세계적 민간기업 연수원을 능가하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GE식 연수원 교육을 통해 향후, 2,000명의 핵심인력을 양성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교육원을 단순 연수기관 아닌 국세청의 싱크탱크, 연구기관으로 확대ㆍ발전시켜갈 계획이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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