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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여행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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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여행의 기술

입력
2008.06.1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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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 / 이레

여행의 유혹이 강렬해지는 때다. 경멸스러운 부르주아지들이 활보하는 19세기 프랑스에 사는 것이 “지겹다, 지겹다, 지겹다”며 “어디로라도! 어디로라도! 이 세상 바깥이기만 하다면!”을 외치며 플로베르는 떠났다. ‘그의 꿈은 루앙을 떠나 이집트로 가서 낙타를 모는 사람이 되어, 하렘에서 코밑에 솜털 자국이 있는 올리브빛 피부의 여자에게 동정을 잃는 것이었다’고, 알랭 드 보통(39)은 <여행의 기술> 에서 쓰고 있다. “어디로라도!”야말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심정의 본질이기는 하다.

<여행의 기술> 은 독특한 에세이다. 실제 여행에 도움이 될 기술(技術)은 전혀 없다. 대신 삶 자체를 여행처럼 살았던 시인, 화가 등 예술가들의 일화와 그들의 글과 그림에 대한 기술(記述)이 이어진다. 보들레르, 에드워드 호퍼, 플로베르, 워즈워스, 반 고흐, 러스킨 등이 그들이다. 호퍼는 중고 자동차로 혹은 기차로 미국을 몇번씩 가로지르며 길 위에서 그림을 그렸다. 워즈워스는 고향인 레이크디스트릭트(영국 북서부 호수지역)를 평생 28만8,000km나 걸어다니며 시를 썼다.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을 다섯 단계의 여정으로 나눈다. 출발, 동기, 풍경, 예술, 귀환. <여행의 기술> 은 그 단계들을 예술가들의 생각과 작품 이야기로 풀어간다. <섹스 쇼핑 그리고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등으로 알려진 알랭 드 보통은 이십대 때부터 이런 독특한 글쓰기로 주목받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책을 만들기 위해 글을 쓴 듯한, 현학이 지나친 듯한 혐의도 있지만, 밉지만은 않은 글이다.

아무튼, “어디로라도!”를 외치는 우리 마음은 다음 두 문장에서 드러나는 상반되는 심정의 끊임없는 길항작용의 소산일 것이다. “나는 집에 있다는 것에 절망을 느꼈다. 나의 삶을 보내야 할 곳 가운데 지구상에서 이보다 나쁜 곳은 찾아보기 힘들 것 같았다.”(알랭 드 보통) “인간의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자신의 방에 고요히 머무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파스칼 <팡세> ).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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