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모레로 6ㆍ15 남북공동선언 8주년을 맞는다. 이명박 정부는 1991년의 기본합의서를 부각시키며 6ㆍ15공동선언과 지난해의 10ㆍ4 남북정상선언을 의도적으로 평가절하하고, 그 역사적 의의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취해왔다. 이 같은 편협한 태도가 이 대통령 자신을 비롯한 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대북 강경 발언과 맞물려 남북관계의 경색을 불렀다고 할 수 있다.
6ㆍ15 공동선언은 상호 부정과 증오, 대결의 남북관계를 상호 인정과 화해, 협력관계로 돌린 역사적 사건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8년 전 분단 55년 만에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는 순간 국민들은 이념을 떠나 환호하고 열광했다. 그 후 남북긴장이 크게 완화되면서 경협과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돼 왔다.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적 사업의 성과도 컸다. 6ㆍ15 이후의 이 같은 성과와 실질적 변화를 부정하는 것은 이 정부가 내세우는 실용과 거리가 멀다. 말로는 ‘이념이 아니라 실용’이라고 외치면서도 스스로 냉전적 사고와 이념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서 허우적거리는 사이 한반도 정세는 북핵 문제의 진전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막바지에 다다른 핵 신고와 불능화 완료에 상응해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 북한에 정치적 보상조치를 취할 경우 반세기에 걸친 한반도 정전체제의 종식까지 내다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스스로 족쇄를 채운 이명박 정부는 이렇게 중요한 국면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지켜보는 처지가 됐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정국을 수습하기 위해 대대적 국정쇄신을 추진한다는데, 남북관계의 전환도 늦출 수 없다. 그 출발은 당연히 6ㆍ15공동선언과 10ㆍ4정상선언의 역사적 의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어제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6ㆍ15 8주년 기념식에 김하중 통일부장관이 참석해 축사를 한 것을 주목한다.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에서 무엇이 진정한 실용인지 깊이 고민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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