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어그러지면 벌써 세 번째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간에 총리직을 놓고 또 한 차례의 불통(不通)이 현실화할 조짐이다.
첫 번째는 초대 총리 자리를 두고서였다. 조각 작업이 막 시작되던 작년 12월말, 여권 안팎에는 ‘박근혜 초대 총리설’이 유력하게 나돌았다. “이 대통령측이 우회 경로를 통해 이미 제의했다” “하지 않았다”는 진실 공방이 벌어졌고, 친박 의원들 사이에선 “하면 안 된다” “해야 한다”는 찬반 논란으로 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나중에 드러난 사실은 좀 싱거웠다. 물밑 교섭은 없었다. 12월29일 단독 회동에서 이 대통령이 지나가는 말로 “입각해서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한 게 전부였다. 이 대통령측은 이를 두고“제의했는데 고사했다”고 했고, 박 전 대표측은 “진지한 제의가 아니었다”고 했다.
두 번째 불통은 당 대표 자리를 두고 벌어졌다. 패턴은 처음과 비슷했다. 5월10일 두 사람의 회동을 앞두고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당 대표를 제의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게 돌았다. 하지만 뭔가 얘기는 오갔지만 결국은 불통이었다.
회동 이후 흘러나온 두 사람의 얘기를 종합하면 그날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에게“당의 구심점이 돼서 복당 문제도 해결하시라”고 했고, 박 전 대표는 “당 대표직은 대통령이 제안하고 말고 할 자리가 아니다”며 흘려넘기는 장면이 만들어진다. 회동이 끝난 뒤 양측은 “제의했다” “하지 않았다”며 또 진실 공방을 벌였다.
이번도 이전과 똑 같은 경로를 가고 있다. 주변에서 “총리직을 제의했다” “안 했다”는 진실 게임이 한창이고 정작 당사자들은 손사래를 친다. 박 전 대표측은 “이 대통령측이 진정성 없이 또 다시 여론몰이만 하려 한다”고 불쾌해하고 있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여러 카드 중의 하나”라며 “공식적으로 제안한 바도 없고 만날 약속도 잡혀있지 않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측 유정복 의원도 “전혀 제의가 온 바 없다”고 잘라말했다.
결국 이번에도 이전 두 차례처럼 불통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삼세판 불통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두 사람 사이엔 소통을 힘들게 하는 거대한 장벽이 가로 놓여 있고, 앞으로도 두 사람간 소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의미이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