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건했다.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1시간 넘는 인터뷰 내내 그의 목소리에선 여전히 20대 못 지 않은 기운이 넘쳤다.
남종현(65ㆍ사진) ㈜그래미 회장. 일반인들에겐 낯설지만 남 회장이 내놓은 히트상품을 들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애주가라면 더욱 그렇다. 숙취해소 음료인 ‘여명 808’이 바로 그의 손에서 잉태했기 때문이다.
“저도 제가 술을 얼마나 먹는지 잘 몰라요. ‘두주불사’라고 할 수 있지요.(웃음) 그래서 술 마시고 난 다음의 고통은 누구보다도 잘 알죠. 그런지 어느날 문득 숙취 해소에 대한 필요성이 절박하게 찾아 오더라구요.” 남 회장은 여명 808의 태생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오리나무에서 성분 추출하고 농축하면서 1994년부터 3년간 매달렸어요. 대학 연구소와 한국식품연구원을 수도 없이 드나들면서 임상실험을 했죠. 808번의 실험을 마치고서야 비로소 ‘여명’이 완성됐어요. 그래서 제품 이름에 ‘808’이라는 숫자를 붙였죠.”
화학 첨가제를 넣지 않고 천연성분으로만 이뤄진 여명 808에 대한 효능은 애주가들 사이에서 소리소문 없이 퍼져 나갔다. 그 결과 1997년 첫 선을 보인 이 제품은 변변한 광고 한 번 없이도 매년 30%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에는 150억대의 매출을 올렸다. 세계 11개국에 특허가 등록돼 있는 이 제품은 현재 유럽 아시아 남미 지역 등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술을 이고는 못 가도, 먹고는 갈 수 있다”고 할 만큼 애주가인 남 회장의 또 다른 관심사는 ‘발명’이다.
“1980년대 초 전자부품 회사를 운영하면서 발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생활하면서 불편한 것들을 편하게 만들어 보자’는 심정으로 했는데 이젠 매일 아침 일어나 첫 번째로 떠올리는 게 발명과 관련된 아이템이 됐어요.” 남 회장은 발명에 대한 애착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가 발명한 제품은 70여 가지에 이른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특허도 무려 18개나 된다. 국내ㆍ외 각종 발명대회를 휩쓴 남 회장은 사실 해외에선 이미 유명 인사다. 1999년 미국 피츠버그 국제발명전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세계발명왕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일본 천재회의에서는 인류에게 공헌한 공을 인정 받아 최고 공헌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 받아 남 회장은 지난 달 열린 ‘제43회 발명의 날’ 행사에서 최고상인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남 회장은 은행 부채 하나 없이 회사를 꾸려가고 있지만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전국에 있는 독거노인과 불우청소년을 돕는 사회봉사 활동을 벌이는 한편, 전국 20여 개에 달하는 중ㆍ고교 및 대학에도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래미도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다.
이젠 그만 손주들의 재롱이나 보면서 남은 여생을 즐길 법도 하지만 남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올해를 기점으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을 준비 중입니다. 제약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은 없을 겁니다.” 그는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었다.
허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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