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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 정상화에 무슨 조건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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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 정상화에 무슨 조건이 필요한가

입력
2008.06.1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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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국회 임기 개시 후 처음 열린 여야 개원협상이 깨끗이 결렬됐다. 한나라당 홍준표, 통합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각각 ‘선(先) 등원, 후(後) 합의’와 ‘선 합의, 후 등원’을 고집하다가 등을 돌렸다. 13일의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공청회 이후 다시 만나도록 하자는 게 유일한 합의다. 한 차례 협상으로 어지럽게 엉킨 ‘촛불 정국’의 실타래를 풀 수야 없었겠지만, 촛불집회와는 또 다른 차원의 토론과 조정, 의사 결집을 요구하는 수많은 현안을 생각하면 적잖이 실망스럽다.

지금 나라와 국민을 압박해 들어오는 불안과 위기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만이 아니다. 석유와 곡물, 원자재 등의 국제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이 서민 살림살이에 깊은 주름을 드리웠고, 이른바 ‘생활 방어’를 위한 불가피한 소비 위축으로 경기 전망도 잔뜩 흐리다. 13일 시작되는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상징하듯, 생존권 확보를 겨냥한 사회적 갈등의 분출이 불을 보는 듯하다. 입장차가 심한데도 여야가 개원협상에 나선 것 자체가 어떤 명분으로든 더 이상 국민의 생활불안을 방관할 수 없다는 최소한의 자각 덕분이었다.

그런데도 정작 주고받은 얘기는 예의 ‘쇠고기 문제’뿐이었다.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에 먼저 합의해야 국회정상화에 응하겠다거나, 국회를 먼저 정상화해야 그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응수가 고작이었다. 개정안의 입법가치는 국회 심의과정에서 가려지게 마련이어서 미리 ‘된다, 안 된다’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미국과의 추가협상도 예정돼 있다. 민주당 개정안이 필요한 근거로 내세운 ‘실질적 재협상 효과’는 추가협상이 겨냥하는 것과 그리 다를 리 없다.

여야의 정치적 손익계산이 어긋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미 장외투쟁에서 경험했듯, 민주당의 촛불집회 동참 여부는 별 의미가 없다. 주된 참여자들의 속성 상 촛불집회는 결국 정당정치의 발판을 흔드는 것이지, 특별히 야당에 정치적 이익을 안겨주지 못한다.

오히려 대중정서에 편승하면서, 국회 본연의 직무를 외면하는 데 대한 비난만 커질 수 있다. 무엇보다 군사독재의 국회 탄압과 같은 특수요인도 없는 마당에 임기가 시작된 국회가 문을 여는 데 무슨 이유가 필요할까. 국회정상화는 조건과 결단의 문제가 아니라 무조건적 당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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