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석 달도 안돼 또 학원 심야교습 허용 타령인가. 서울시교육청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했던 학원 조례 개정을 하반기에 다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여론조사와 공청회를 위한 경비(4,500만원)까지 추경예산에 버젓이 편성해 놓았다. 그 취지는 적정한 학원 교습시간을 정해 지나친 심야교습을 막겠다는 것이다. 밤 10시까지로 제한된 현행 제도를 다 지키지 않고 있으니 차라리 현실적으로 조금 더 늘려주는 게 낫다는 발상이다.
학원의 불법 심야교습이 문제라면 철저히 감시 감독하는 것이 옳지 불법이 성행한다고 현실화, 합법화시켜 주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공교육 강화를 위해 진력해야 할 교육청이 이제부터는 마음 편하게 밤 10시 이후에도 학원에서 더 열심히 입시공부를 하도록 배려해 주겠다고 나서는 꼴이다.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학원은 수익을 위해 영업시간을 늘릴 테고, 아이들은 경쟁하듯 한밤중까지 학원에 매달릴 것이다. 안 그래도 연간 20조에 육박하는 학원비 부담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 이번 조치가 이루어지면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정부의 교육정책은 더 무색해질 것이다. 한창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건강과 정서 발달 문제, 안전문제는 새삼 들먹일 필요도 없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번 조례 개정은 정상적인 과정이 아니었으며, 잠시 유보한 것 뿐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대로 여론조사도 하고 공청회도 한다는 계획이다. 학부모, 교육 사회 단체가 한 목소리로 반대하는 것은 엉터리 여론이고 성적지상주의에 매달린 일부 학부모와 그에 영합해 사교육을 부추기며 ‘돈’을 더 벌려는 사교육업자들의 요구를 진짜 여론이라고 착각하는 모양이다.
가뜩이나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전반이 혼선을 빚어 어느 쪽에서도 환영 받지 못한 채 여론의 화살을 맞고 있는 마당에 서울시교육청까지 나서서 부채질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교육자율화가 이런 것이라면 안 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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