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집 / 후마니타스
촛불집회를 어떻게 봐야 할까. 피플 파워,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아날로그적 표현을 넘어 디지털 직접민주주의로 불리는 이 현상을. 정치학자 최장집(65) 고려대 교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가 한 잣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노무현 정부 중반까지 50여년의 한국 정치, 특히 1987년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문제를 살피고 있는 이 책에서 저자는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가 질적으로 나빠졌다”고 진단하고 “한국사회는 여전히 민주화의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한다. 민주화>
그가 한국사회의 질이 나빠졌다고 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민주화 이후 보통사람들의 사회경제적 삶이 더 악화되면서 공동체적 기반이 해체되고 시민성의 기초가 황폐화되고 있다는 점, 두번째는 권위주의 시절 못지않게 경제적ㆍ사회적 기득권층의 이익이 더 잘 실현될 수 있는 구조로 작동하면서 사회 하층의 목소리가 체계적으로 배제되는, 민주주의의 퇴행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엘리트 민주주의, 노동 없는 민주주의, 신자유주의 민주주의와는 다른 경로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촛불집회에 대해 “설사 내각을 다 바꾼다 해도 사태 수습이 어려워 보인다”며 “독단적 태도로 시장, 경쟁 위주로 밀어붙이는 국정 방향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자의 대안은 “정치를 정치답게 만드는 것”이고 방법은 “정당민주주의라는 고전적인 테마로 돌아가는 것”이다. 거기에는 회의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민주주의가 우리 사회에서 철지난 유행가 취급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강력하고 설득력 있는 문제 제기다. “민주주의를 희구하고 투쟁했던 사람들이 민주주의에 대해 실망하고, 이를 비판하는 ‘소극적 시민’으로 머물 것이 아니라, 스스로 민주주의를 만드는 과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적극적 시민’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촛불집회로 나타난 ‘적극적 시민’의 열망을 어떻게 우리 사회의 ‘질’을 좋게 만드는데 결집할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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