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모 대기업의 김모(47) 차장 부부는 요즘 월말이 되면 말싸움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 김씨는 지난해 7년 동안 살던 일산의 32평형 아파트를 4억5,000만원에 팔고, 저축한 돈 2억원과 은행 대출 2억원을 합쳐 용인의 47평형대 아파트를 8억원에 샀다. 당시 부인은 이사를 반대했지만 김씨가 보기에 일산은 분당 평촌 용인 등 다른 신도시에 비해 가격 상승률이 둔해 보였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집값은 1억원이 떨어졌다. 여기에 월말마다 이자 130만원이 꼬박꼬박 나가야 돼 살림만 힘들어졌다.
경기 분당, 평촌, 용인 등 수도권 버블세븐 집값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꾸준히 하락해 현재 중대형은 시세가 1년 전에 비해 8,000만원에서 최고 1억5,000만원까지 하락했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수도권 버블세븐 지역의 경우 85㎡(25.7평) 이하 소형 아파트 시세는 평균 3억∼4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145㎡(44평) 이상 중대형은 평균 1억원 정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 때 10억원까지 호가하던 분당 야탑동 장미현대 아파트 160㎡(49평형)는 현재 9억원대에 급매물이 나왔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분당의 고급 주택 밀집지역인 정자동의 상록라이프 155㎡(47평형)도 지난해 초 10억원에서 지금은 8억5000만원으로 1억5,000만원이나 급락했다.
용인과 평촌도 사정은 비슷하다. 용인 성복지구 LG빌리지1차 267㎡(81평형)는 10억원대에서 8억대로 시가가 추락했고, 평촌신도시 목련신동아아파트 267㎡(81평형)도 1억원 가량 하락한 8억대 후반에 급매물 시세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하락 분위기는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실수요가 많은 30평형대도 가격하락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4억2,000만원에 거래되던 용인시 구갈동 코오롱 하늘채 112㎡(34평형)은 최근 3억5,000만~4억원에 매매되고 있다. 한때 7억5,000만원에 거래 되던 분당 금곡동 두산위브 105㎡(32평형)도 최근 6억5,000만원에 급매물이 거래됐다. 평촌의 평안동 초원성원 105㎡(32평형)도 5,000만원 떨어져 5억원 선에서 매매되고 있다.
이들 경기 남부 지역의 향후 집값은 어떻게 될까. 일단 정부의 수도권 부동산 정책이 크게 바뀌지 않는 한 상승할 요인은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다만, 취약점으로 지적돼 오던 교통여건은 분당선 연장과 용인~오산간 도로 개통을 앞두고 있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가격 하락 요인은 훨씬 강력해 보인다. 먼저 이들 지역의 상승 요인이었던 판교 신도시가 내년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잠실 재건축단지 입주에서 보듯 대규모 신규 입주는 주변 아파트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다주택에 대한 세부담도 늘어나 기존 집을 팔고 이사해야 하는 수요도 늘어난다. 판교로 이사하는 수요는 직ㆍ간접적으로 분당, 용인, 평촌 아파트에 대한 매도세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또 하반기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광교신도시의 분양도 이 지역 집값 하락을 부채질 할 가능성이 높다. 광교신도시는 3.3㎡(1평)당 900만~1,300만원에 분양될 예정이다. 입지와 생활여건 면에서 분당 용인 평촌보다 못할 것이 없는 광교신도시가 이 같은 분양가로 공급된다면 지속적으로 주변 집값 하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분당 용인 평촌의 경우 주변지역에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싼 아파트들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예정이어서 상당기간 중대형을 중심으로 한 가격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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