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민생을 지원하는 굵직한 정책을 4개나 내놓았다. 기획재정부의 47개 기업환경개선 과제, 지식경제부의 벤처 창업규제 완화 방안, 국토해양부의 지방 미분양주택 해소 대책, 방송통신위의 저소득층 통신비 감면계획 등 모두 중요하게 다룰 사안이다.
그러나 이들 정책의 내실을 따지기에 앞서 정부의 추진력에 먼저 의문이 간다. 한미 쇠고기 협상의 부실이 현 정권의 신뢰 추락과 대규모 촛불 항의집회로 이어지면서 이명박 정부의 정책 리더십에 치명적인 상처가 났고 내각마저 일괄 사의를 표명해서다.
출범 100일을 갓 넘긴 새 정부의 무력감은 야심차게 추진해온 공공기관 개혁의 속도를 늦추기로 한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말이 좋아 ‘속도 조절’이지, 개혁이 어떻게 변질될지 전혀 예측하기 어렵다. ‘촛불’에 편승한 갖가지 괴담과 반발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민주노총 등의 조직이기주의까지 가세한 결과, 공기업 전면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적 공감대도 크게 엷어졌다. 미국산 쇠고기나 한반도 대운하와 전혀 무관한 국가과제의 표류는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정부의 정책역량을 뿌리부터 뒤흔든다.
지금 우리 경제는 성장에 집착하던 정부마저 경기하강을 인정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성장 소득 고용 물가 경상수지 등 어디 한 군데 성한 곳이 없다. 지난달 일자리는 1년 전에 비해 18만1,000개 늘어나는 데 그쳐 새 정부 출범 이후 3개월째 20만명을 밑돌았다. 1분기 국민소득은 전년보다 줄었고, 물가상승률 5%대 진입은 시간문제다. 고유가 탓이라지만, 고환율 정책 등 혼선을 자초하며 대책의 방향과 시기를 못 잡고 오락가락한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
뒤늦게 ‘경제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이런 저런 정책을 내놓고 재계와 함께 파업ㆍ시위 자제를 호소하지만, 별로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거센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바다에서 키를 놓친 배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폭풍우는 언젠가 잦아드는 법이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는 경구의 뜻을 잘 새기면서 주요 정책의 완급과 순서를 재조정하고 전략적 사고를 담금질하는 기회로 ‘촛불’을 역활용하는 것이 참된 머슴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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