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9일 대선 접전지역을 순회하는 2주간의 본격적인 유세에 돌입하면서 경제문제를 화두로 공화당 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시작했다.
오바마 의원의 이 같은 공세는 갤런당 평균 휘발유 가격이 4달러 이상으로 치솟고 주가가 폭락하는 등 경제위기가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는 과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1992년 대선 캠페인에서 당시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를 공략하기 위해 ‘경제란 말이야, 바보야’를 슬로건으로 삼았던 것을 연상시킨다는 해석도 나온다.
오바마 의원은 이날 흑인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으나 역대 대선에서 공화당 지지경향을 보였던 노스캐롤라이나 유세를 통해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재정 문제에서 미 역사상 가장 무책임한 정권”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오바마 의원은 나아가 “매케인 의원은 거대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과 이라크 영구주둔을 위해 수천억 달러의 예산을 쓰는데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다”고 전제, “매케인의 경제정책은 부시 행정부 정책을 큰 소리로 지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매케인 의원과 부시 대통령을 싸잡아 공격했다.
오바마 의원은 “500억달러 규모의 새로운 경기부양책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문제에 대한 오바마 의원의 집중 공세는 부시 행정부의 실패한 경제정책을 매케인 의원이 답습하고 있음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당내 경선 과정에서 취약성이 노출된 저소득층과 백인 근로자 계층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한 이중의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의원은 이날 클린턴 행정부 시절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과 호흡을 맞춰 일했고 현재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민주당 성향 경제정책인 ‘해밀턴 프로젝트’를 이끌어온 제이슨 퍼먼을 경제정책담당 국장으로 임명하는 등 경제보좌진을 대폭 강화했다. 오바마 의원의 이번 유세는 대선 승리를 위한 전략지역으로 설정된 미주리,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플로리다주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오바마 의원의 공세에 대해 매케인 의원측 터커 바운즈 대변인은 이날 “오바마의 섣부른 경기부양책은 세금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오바마는 미국 경제를 제대로 알지도 못한다”고 맞받아쳤다. 바운즈 대변인은 또“우리는 오바마 의원이 주장하는 변화를 용납할 수 없다”며 오바마 의원이 94번이나 세금을 인상하는 법안에 찬성했다고 공격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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