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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서울의 축복과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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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서울의 축복과 저주

입력
2008.06.12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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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를 보면서 서울의 축복과 저주에 대해 생각해 본다. 서울의 저주는 무수히 많다. 지방의 입장에선 ‘서울공화국’이라는 말이 서울의 저주를 웅변해 준다. 축복은? 잘 떠오르질 않는다. 촛불시위를 긍정 평가한다면, 이게 축복이 될 수 있을 게다. 엄청난 규모의 인구 밀집도가 뿜어내는 가공할 힘으로 오만한 권력을 응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많은 이들이 10대가 주도한 촛불시위를 디지털 기술과 연계시켜 논하고 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나는 새로운 정치ㆍ사회적 흐름의 선두에 서 있는 이 10대들을 ‘2.0 세대’라 이름 짓고 싶다. ‘웹 2.0’이 누구나 데이터를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사용자 참여’ 중심의 인터넷 환경을 말한다면, 지금 등장하는 ‘2.0 세대’는 인터넷 공간에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신의 자아의식과 사회의식을 스스로 형성해가는 10대들을 지칭한다”고 했다.

전자기술이 촉진한 쌍방 소통

이에 대해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지금의 10대가 우리 세대와 구별되는 쌍방향 소통세대라는 지적에는 별 이견이 없지만 지나치게 강조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과거 세대와 지금 세대가 다른 점은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통해서 쌍방향 소통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전자기술적 도구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일 터인데 그 도구가 없다고 하여 쌍방향 소통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고 했다.

무슨 ‘쌍방향 소통’이냐가 중요한 것 같다. 주로 분노를 먹고 사는 시위의 경우엔 굳이 쌍방향 소통을 들먹일 것도 없이 ‘이심전심(以心傳心)의 흐름’이라고 보는 게 더 옳지 않을까. 휴대전화와 인터넷은 꿈도 꿀 수 없었던 일제 강점기에 일어난 3ㆍ1운동, 6ㆍ10운동, 광주학생운동 등을 보더라도 분노의 전파 속도는 매우 빨랐고 그 과정에서 증폭되는 ‘눈덩이 효과’도 매우 컸다.

4ㆍ19를 비롯하여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시위들은 지방에서 먼저 일어났지만, 시위의 힘을 최종적으로 드러나게 만든 건 늘 서울이었다. 높은 밀집도를 자랑하는 가공할 인구 파워와 서울의 미디어 독식 구조 때문이다. 우리는 촛불집회를 24시간 온라인 생중계하는 기술발전엔 놀라면서도 그걸 보자마자 집에서 뛰쳐나가 수십분 내로 시위 현장으로 달려갈 수 있는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밀집도는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10여년 전 김형국 서울대 교수는 서울의 ‘한국 민주화 선봉장론’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인구가 밀집한 도시는 커뮤니케이션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소인 까닭에 시위의 동기를 시민들에게 일시에 알릴 수 있고 또한 시위를 순식간에 조직할 수 있는 입지적 이점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일제시대 때 백성들의 항일시위가 장터나 도시에서 발생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현대에 들어와 그 정치적 시위의 입지적 이점이 서울에서 가장 큰 것은 당연했다. 서울이 고밀도의 초대형 도시로 자라났기 때문이다.…민주화의 성취 면에서는 서울의 공덕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대도시의 지리적 이점도 작용

여기에 휴대전화와 인터넷까지 가세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그렇지만 여기서 또 중요한 건 서울시장이 서울 한복판에 잘 만들어 놓은 쾌적한 환경의 광장이다. 지방도시에서의 시위 활성화는 쾌적한 시위 공간이 있느냐 없느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뿐인가. 미디어의 보도도 매우 중요하다. 이게 있어야 더 재미가 있다.

즉, ‘시위의 축제화’를 이룰 수 있는 최소한의 아날로그적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 아무리 디지털 쌍방향 소통이 잘 이루어져도 자발적 참여자를 불러 모으긴 어렵다는 것이다. 전주의 어느 음식점에서 밥을 먹다가 텔레비전을 시청하던 누군가가 “나도 저런 곳에서 시위 한 번 해 보고 싶어”라고 하는 말을 듣고 해본 생각이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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