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미국에서 돌아왔는데 '쇠고기 시위'가 크게 벌어져 있더군요. '디지털 포퓰리즘'의 승리라고 봅니다. 빈정대는 말이 아닙니다. 촛불집회가 과연 민의(民意)를 대변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면서도, 침묵하는 다수가 암묵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만큼 이번 시위가 다수의 선택이라고 인정할 마음도 듭니다."
소설가 이문열(60)씨가 <초한지> 10권을 완간했다. 이씨는 항우의 죽음으로 끝맺었던 일간지 연재분(2002년3월~2006년3월)에 유방이 건국한 한(漢) 초 상황을 1권 반 분량으로 보태, 올 1월부터 매달 2권씩 민음사를 통해 출간해왔다. 민음사 측은 "현재까지 판매고는 30만 부 가량"이라고 밝혔다. 초한지>
지난 10년간 보수적 입장에서 정치 발언을 자주 해왔던 이씨는 11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완간 기념 간담회에서 시위 정국에 관한 질문을 받고 "쇠고기 얘기는 안하려고 했는데…" 라고 주저하면서도 "디지털 포퓰리즘이 하기 힘든 일을 해냈다는 점에서는 위대하지만, 더 큰 사안에도 이런 방식이 통용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고 말했다.
"백성의 먹을 것을 철저히 중시했다는 점이 유방 리더십의 요체"라고 말한 이씨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국민의 먹을 것을 경시하는 정책 아니냐'는 질문엔 "광우병 문제는 이번 시위의 한 빌미일 뿐 핵심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志)자로 끝나는 책엔 낡고 반복된다는 이미지가 있다보니 <삼국지> <수호지> 에 이어 <초한지> 를 내는 것이 좀 멋쩍다"면서도 "이번 책은 원전을 평역한 다른 두 책과 달리 사실상 새롭게 창작한 것이라서 멋쩍음이 덜하다"고 말했다. 초한지> 수호지> 삼국지>
그는 "국내에 나온 <초한지> 대부분은 명나라 종산거사의 <서한연의> 를 원본 삼았는데, 이 책은 많은 부분에서 정사(正史)와 어긋난다"면서 이번 책은 사마천의 <사기> 를 원전으로 하고 <자치통감> <한서> 등을 참고하면서 썼다고 말했다. 한서> 자치통감> 사기> 서한연의> 초한지>
2005년 말 도미(渡美) 후 신문 연재분을 다시 손보는 과정에선 "소설 속 어느 날 날씨까지 검색 가능한" 하버드 옌칭연구소의 중국학 자료가 큰 도움이 됐다.
이씨는 2년 반의 미국 생활을 마무리 짓고 10월 귀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기 체류 준비 없이 무작정 건너간 탓에 미국 체류 기간 동안 기대만큼 성과가 없었다"고 아쉬움을 표한 이씨는 1998년 사재를 털어 개설했다가 현재 유명무실해진 문학교육기관 '부악문원'의 존폐 여부를 연말까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작 계획에 대해선 "그 전부터 구상하고 자료를 수집해온 '80년대 이야기'와, 최근 새로 구상한 '연애 소설' 중 어떤 것을 쓸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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