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와 재협상을 주장하는 촛불집회 및 가두시위가 시작한 지 40일을 넘기면서 촛불집회의 방향성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쇠고기 문제 뿐만 아니라 대운하, 교육정책, 공기업 민영화 등 이명박 정부의 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와 함께 정권 퇴진 운동으로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시간이 갈수록 촛불집회 현장에서 다뤄지는 이슈가 많아지자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0일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촛불집회 하는데 웬 노조집회?’ 라는 제목의 글이 올랐다. 이 네티즌은 “촛불집회 현장에 ‘이명박 교육개혁 반대’ ‘비정규직 철폐’ ‘유가보조금 정책 반대’ 등을 외치며 자신의 이익만 대변하려는 단체들이 늘고 있다”며 “평소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다 쇠고기 문제를 등에 업으려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비판했다.
촛불집회에 적극 참가해 왔다는 주부 차모(36)씨는 “나와 대다수 집회 참가자들은 가족과 국민들의 먹거리 안전 문제가 걱정돼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며 “촛불집회 본래의 목적과 어긋나는 말들이 많이 나오면서 집회 자체의 집중력도 떨어지고 쇠고기 재협상이라는 목표도 깨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한 네티즌은(아이디 Zergling) 포털 다음에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맞지만 그렇다고 이 대통령 탄핵과 정권 퇴진을 논하는 게 적절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잘못된 쇠고기 협상으로 지지율이 바닥이지만 나머지 정책은 미완성이고, 이제 막 사회적 여론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며 “대선 때 압도적 지지로 뽑았다면 시간을 주고 믿어주는 부분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날 촛불집회 현장에서 만난 회사원 양모(44) 씨는 “쇠고기 협상은 현 정부 시스템의 문제점을 낱낱이 드러낸 것”이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다른 정책 역시 잘못된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구호 다양화는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한 네티즌(닉네임 와니)은 다음 아고라에 “하나의 촛불이 들불로 번진 것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무시했기 때문”이라며 “다른 정책도 무모하게 추진하는 것을 행동으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네티즌(닉네임 우울)도 ‘나라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는 글에서 “대학생 학자금 대출을 줄이고 공기업을 민영화하면 고스란히 국민 삶의 질 후퇴로 이어진다”며 “지금 못 고치면 20년 이상은 힘겹게 살아야 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다양한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촛불집회를 이끌고 있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측도 방향성을 놓고 큰 고민에 빠져 있다. 너무 많은 이슈를 다루다 보면 오히려 ‘쇠고기 재협상’이라는 애초 목적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현 정부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 큰 만큼 이 기회에 다른 이슈도 쟁점화 해야 한다는 의견이 교차하고 있다.
대책회의 관계자는 “지금까지 대책회의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 반대 입장을 종종 포함시켰을 뿐 쇠고기 문제에 역량을 집중했다”며 “정권 퇴진 등 다른 이슈도 함께 다뤄야 할 지를 놓고 내부 토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책회의에 1,700여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어 집회 방향성에 대한 의견 통일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차예지기자 nextw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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