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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정국' 해법 최대 열쇠… 쇠고기 재협상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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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정국' 해법 최대 열쇠… 쇠고기 재협상 가능한가

입력
2008.06.12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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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지금 중대기로에 서 있다. 양국 간 자율규제를 통해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는 수입하지 않겠다고 한 승부수를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여론에 무릎을 꿇고 쇠고기 재협상을 선언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정부 입장은 아직 재협상은 가급적 피하자는 쪽에 기울어 있다. 국가신인도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추가협의 추가협상 자율규제도 거리에선 ‘꼼수’로 치부되는 것이 현실이다. 정권에 대한 ‘신뢰의 위기’로 사태가 확대된 탓이다.

또 섣부른 검역주권 포기로 상처 난 국가적 자부심을 회복하기에도 역부족이었다. 현 상황은 청와대 내각의 일괄 사표가 사태를 진정시킬지 장담할 수 없을 정도다. 이제 재협상 여부는 정부가 민심을 따라잡을 의지가 있는지를 시험하는 바로미터처럼 여겨지고 있다. 재협상에 대한 정부 여당과 야권의 입장은 어떻게 갈리는지 정리했다.

● 재협상 불가론

"통상 한국 감당 힘든 보복 우려… 부시 구두약속도 사실상 재협상"

정부가 내세우는 재협상 불가 논리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한국에 30개월령 이상 된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구체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한 것은 사실상 재협상에 준하는 조치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재협상은 감당하기 어려운 통상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는 우선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 천명으로 당초 광우병 우려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됐던 부분이 해소됐다고 말한다. 아직 미국 정부의 책임 있는 이행을 담보하는 과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김병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한나라당 방문단 등의 현지 외교활동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만도 全연령대 수입 가닥… 美 "車 재협상" 역공 불보듯

정부는 또 “득실을 따져 봐도 재협상을 못할 이유가 없다”는 시민단체의 주장과 달리 재협상 요구 때 안아야 하는 리스크가 너무 크고 결국엔 미국의 통상보복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미국은 현재 대만 홍콩 일본에 대해서도 전 연령대 소의 수입개방 허용을 압박하고 있는데 대만 홍콩과의 협상은 이런 방향으로 협상이 타결되기 직전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가 간 형평성 문제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이다. 또 미국은 30개월 이상ㆍ이하에 대한 구분 없이 쇠고기를 판매하고 있어 협상문서로 한국 측 요구를 공식화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하면 한국 측이 재협상을 요구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미국이 재협상에 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또 정부는 만약 한국 측의 재협상 요구로 협상이 끝내 파기되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통상마찰 및 무역보복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내용 중 미국 내에서 불만 여론이 높은 자동차 부분의 재협상 요구가 제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내엔 국민의 불만이 쇠고기 외에 다른 사안으로 비화하고 있는 만큼 어쩔 수 없이 재협상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기류 역시 만만치 않게 존재한다.

한나라당에선 ‘사실상의 재협상’ ‘추가협의’ 같은 용어를 구사하며 재협상이란 표현 만큼은 피하고 싶어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하지만 표현만 달리할 뿐 한나라당은 이미 정치적으로 재협상 필요성을 모두 인정한 상태다. 이미 야당의 재협상 결의안 제출에 동의했고, 9일 의원총회에서는 “실질적으로 재협상을 이뤄내야 한다”는 의견이 봇물을 이뤘다.

● 유일 대안론

"국내 동의 안 거친 가서명 불과 美도 서명 하고 재협상한 전례"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권은 성난 민심을 수습하고 난국을 돌파하는 유일 카드는 전면적 쇠고기 재협상 외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이는 재협상이 국제법이나 국제통상 관행에 전혀 저촉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도 이미 서명까지 해 놓은 국가 간 합의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한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해 4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직후 미국의 요구로 환경ㆍ노동 분야 재협상을 한 적이 있다. 또 미국 정부는 1992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서명한 뒤 재협상을 관철시켰고, 페루 캐나다와도 재협상을 한 적이 있다.

'재협상 유일대안론'의 또 다른 근거는 한미 쇠고기 합의가 아직 정식 발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참여정부 외교통상부 장관 출신인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국가 간 합의도 최종 완료 전까지 당사국이 언제든 바꿀 수 있다"며 "쇠고기 문제는 국내 동의 절차도 거치지 않았고 민동석 대표와 미국 파트너가 가서명(initial)한 상태일 뿐이어서 굳이 재협상이라 말을 붙일 필요도 없다"고 주장한다.

격렬한 국민적 저항은 '사정 변경' 요건 해당

'합의 내용 수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비엔나협약 11조에도 가서명만으로는 국가의 조약 이행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전문가들은 비엔나협약 62조의 '사정 변경의 원칙(Hadley Rule)'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쇠고기 협상 타결 후 국내에서 격렬한 저항이 일어난 것은 합의 변경 요건이 된다는 주장이다.

검역주권을 침해한 이번 합의는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은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헌법 60조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있다. 때문에 야권은 이대로 쇠고기 합의문이 발효되면 위헌으로 무효가 된다고 주장한다.

현 정부의 법제수장인 이석연 법제처장조차 10일 "법제적 심사도 거치지 않는 장관고시로 시행하는 것은 헌법적 문제가 크다"고 위헌 소지를 지적했다. 민주당 김종률 정책위부의장은 "장관고시의 모법(母法)인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개정, 국내법을 통해 현행 합의를 무력화함으로써 정부를 도와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야권은 이번 합의에 여론수렴 조항이 적시돼 있다는 점을 거론한다. 4월 18일 양국의 합의문 요록에는 '한국은 2008년 4월 22일까지는 농림부가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이를 공시할 것'이라고 돼 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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