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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드림티켓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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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드림티켓이라고

입력
2008.06.12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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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를 즐기는 미국인들은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러닝메이트를 고르는 일을 ‘Veepstake’라 일컫는다. 부통령을 뜻하는 Vice President를 줄인 Veep와 경마에 걸린 판돈을 의미하는 Stake를 합쳤다. 큰 배당이 걸린 준마를 찍기가 어려운 것만큼 대통령 후보의 약점을 보완하고 득표력을 갖춘 부통령감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 담겨 있다.

미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정해진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본선 레이스에 동행할 부통령 후보를 고르는 일도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흑인으로서는 미 역사상 최초로 정당의 대선 후보 티켓을 쥔 그이기에 러닝메이트를 찾는 데에도 숱한 변수와 난제가 놓여 있다.

그 중에서도 18개월 동안 경쟁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포용할 수 있느냐는 것은 오바마를 가장 압박하는 고민일 것 같다. 일부에서는 오바마ㆍ힐러리 카드를 향후 16년 민주당 집권의 가능성을 열어 줄 드림티켓이라고 치켜 세우고 있다. 일부 힐러리 지지자들은‘둘 다에 투표를(Vote Both)’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오바마ㆍ힐러리 티켓’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1,800만 표를 얻은 저력과 정치적 경륜, 저소득층 백인과 히스패닉, 백인 여성층의 높은 지지는 정치적 경험이 일천하고 저소득 백인의 지지도가 약한 오바마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힐러리의 자산이다. 특히 힐러리는 민주당이 대선 승리를 위해 놓쳐서는 안 되는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주에서 강세를 보였다. 힐러리의 패배에 상심해 차라리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찍겠다는 이탈 표를 붙잡아야 할 필요성도 크다.

그러나 힐러리를 선택할 경우 오바마가 잃을 것도 많다. 무엇보다 때묻은 기성 정치인으로서의 힐러리 이미지는 변화를 앞세우는 오바마의 메시지에 어긋난다. 본질적으로는 집권시 권력의 분산 문제가 걸려 있다. 8년 동안 백악관을 경험한 힐러리의 영향력은 오바마를 압도할 수 있다. 어느 대통령이든 자신의 권력을 제한할 강력한 2인자가 달가울 리 없다.

내각의 일괄 사퇴로 새 총리를 골라야 할 이명박 대통령의 고민도 여기에 머물 수 있다.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상실한 이 대통령은‘박근혜 총리’카드를 만지작거리지 않을 수 없다.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 후보가 되기 위해 겨뤘던 두 사람이 다시 합친다면 정국의 총체적 난맥을 헤쳐갈 드림티켓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정치적 공감을 넓히고 있다. 박근혜 카드를 선택한다면 보수세력의 재결집을 통해 정치적 방파제를 쌓을 수 있다는 점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오바마가 미래의 권력 분산을 걱정해야 하듯이 정치적 영향력이 큰 총리를 두는 부담을 이 대통령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 집권 3개월여 지난 시점에서 경쟁자에게 국정 운영의 권한을 상당 부분 넘겨야 하는 상황이 이 대통령에게 썩 내키지는 않을 것이다. 때문에 박근혜 총리를 선택함으로써 힘을 양보할 것인가, 수습책을 택한 것인가는 오로지 이 대통령의 뜻에 달려 있다.

명심할 것은 오로지 박근혜 카드를 국면전환용으로 빼드는 것이라면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금 성난 민심이 바라는 것은 권부의 자리 배치가 아니다. 위정자들이 국민의 뜻을 잘 수용해서 나라를 제 궤도에 올려놓고 항진하라는 외침이 거리에서 들린다. 그 뜻을 외면하고 눈 앞의 위기 타개만을 생각할 때 이명박ㆍ박근혜 드림티켓은 악몽의 티켓이 될 수도 있다.

김승일 국제부장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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