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 통합민주당이 회군 시기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재협상 약속 없이는 등원할 수 없다”는 강경론이 우세하지만 당 안팎의 상황이 녹록치 만은 않다.
민주당이 등원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진 이유는 10일을 고비로 장외투쟁의 동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날까지는 6ㆍ10민주항쟁 21주기라는 상징성에 기대 장외투쟁 대오를 유지해왔지만 반미 논란을 의식해 13일로 예정된 효순ㆍ미선양 6주기 추모 촛불집회 참석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는 등 11일부터는 구체적 장외투쟁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여기엔 정부 여당이 개각과 민생대책 등 원내에서 법적ㆍ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현안들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 개각이 이뤄질 경우 인사청문회가 열려야 하고, 세금 환급 등 민생대책이 실시되려면 세법 개정안 등이 처리돼야 한다. 국회 파행 장기화에 대한 부담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자유선진당이 “실질적 재협상을 위해서라도 원내 논의가 필요하다”며 등원을 전격 결정하며 야3당 공조에 균열이 생긴 것도 민주당으로서는 압박 요인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처리를 압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등원 명분을 얻는 동시에 사실상 재협상을 관철시키는 고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청원 형식으로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임으로 해서 장외투쟁의 형식은 이어가되 물밑 접촉을 통해 한나라당 측에 개정안 처리 수용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원혜영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개정안 처리에 동의하지 않는 한 등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면서도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에게 개정안 처리를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핵심인사는 “언제까지 거리에 머물면서 정치를 포기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며 “6ㆍ10 이후 명분과 계기를 잡아 전격 등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르면 11일께 양당 원내대표 간 회동이 이뤄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물론 당내에서는 여전히 “재협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회군할 수 없다”는 강경론이 만만치 않다. 국민적 반발이 여전한 가운데 등원 명분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발을 뺄 경우 야당으로서의 존재 의미 자체가 없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이 같은 논란은 일단 11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주재 의원단 만찬 자리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원내부대표는 “개정안 처리가 사실상의 재협상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등원 문제 자체는 큰 이견이 없겠지만 한나라당이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수용할 경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놓고 논란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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