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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존재가치 망각 코트라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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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존재가치 망각 코트라뿐인가

입력
2008.06.12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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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여전. 중남미 국가들이 모여 ‘남미국가연합’(UNASUR)을 출범한다는 외신이 눈에 띄었다. 거대시장의 출범이자 자원외교 대상 중남미 국가들의 새로운 시스템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터. 막강한 해외망을 갖고 있는 공기업 코트라(KOTRA)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국내 경제에 미칠 보다 내밀한 영향과 국내 기업들의 대응방안을 모색해 보기 위해서다.

자료를 요청한지 1주일이 지나고, 2주일. 코트라는 아무런 답을 주지않았다. 연속 채근하자 나오는 답은 “아직 현황 파악이 된 게 없다”며 부실하기 짝이 없는 자료 하나를 달랑 보내왔다. 이미 외신에 보도된 내용 외에는 특별할 게 없는 자료다. 국가연합 출범 전후의 예상 변화 등 기대한 내용이 전혀 없는 자료를 보면서 중남미 지역에만 10개가 넘는 무역관을 운영하고 있는 코트라가 생산한 자료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같은 경우는 비단 이번 뿐이 아니다. 코트라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국내외 전시회나 수출상담회 소개 자료 외엔 없다. 해외 무역관에서 매일 보내는 보고서도 언론 보도 보다 늦는 것이 다반사다.

코트라는 지난 40여년동안 수출입국 대한민국의 상징으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전진기지 역할을 해왔다. 시장개척 초창기 해외로 출장 가는 기업인치고 코트라의 도움을 받지않은 경우가 없고 필요한 자료를 지원받지 않은 수출 기업인이 없을 정도다. 익히 명성을 굳힌 코트라이기에 제 기능을 상실한 요즘 코트라를 보면서 이 공공기관의 존재이유와 2개월 넘게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새 정부의 공공개혁을 떠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당초 6월초에 발표하려던 새 정부의 공공개혁안이 7월로 연기됐지만 지금 상황이라면 이 역시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요란하게 시작한 공공기관장 공모는 곳곳에서 잡음만 일고 뒤죽박죽이다. 감사원과 검찰까지 동원해 공공기관의 폐해와 방만한 운영을 뒤집던 새 정부 출범 초기의 의지는 지금 온데 간데없다. 어찌 돌아가나 눈치만 보고 있는 ‘복지부동’ (伏地不動) 코트라가 “우리 뿐인가”를 물으면 할말 없게 된 게 정부의 공공개혁 현주소다.

경제부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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