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미 민주당 대선후보 오바마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경계하는 발언을 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제 영국 신문 더 타임스와 가진 회견에서 오바마가 콜럼비아 한국 등과의 FTA(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 “보호무역주의와 경제 민족주의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퇴임을 6개월 앞두고 마지막 유럽 순방을 하고 있는 그는 이어 “각국 지도자들은 이 문제가 국내 정치와 깊이 얽히기 전에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부시의 발언은 단순히 ‘공화당 편들기’ 차원을 넘어서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볼 만하다.
■유럽 언론은 대체로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보다 오바마를 선호하는 듯한 논조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오바마가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외교를 비판하며 ‘대화와 상호 존중’에 입각한 새로운 국제관계 정립을 표방한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 8년 동안 이라크 침공을 비롯한 ‘테러와의 전쟁’과 관련해 미국과 숱한 갈등을 겪은 유럽 국가들은 미국 사회 못지않게 근본적 변화를 바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부시 대통령은 유럽을 괴롭힌 ‘전쟁’ 문제는 슬쩍 뒷전으로 돌린 채 오바마의 ‘보호무역주의’를 경고, 자신의 정책과 이미지를 스스로 옹호하려 한 듯하다.
■부시 대통령이 회견에서 전례 없이 자신의 ‘호전적 발언’을 후회한 것에서도 그런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이를테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죽여서든 살려서든’(dead or alive) 붙잡아 심판하겠다고 외친 것 때문에 전 세계에 ‘호전적 인물’로 비친 점을 인정했다. 그는 “되짚어 보면 다른 톤, 다른 표현을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남은 임기 동안 팔레스타인 문제 등을 해결, 후임 대통령이 일하기 편한 여건을 만드는 데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부시 회견에서 주목할 것은 역시 ‘보호무역주의’ 경고다. 유럽 언론도 최근 미국 대선 이후를 전망하면서 “다가올 위험은 전쟁이 아닌 보호무역주의”라는 논평을 내놓고 있다. 중국과 인도등 새로운 경쟁국의 부상에 따라 특히 일자리에 불안감을 갖는 미국인이 많고, 노동계층의 이해에 민감한 민주당이 집권하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것이 쉽게 예상된다는 것이다. 독일의 진보신문 디 차이트의 최근 칼럼은 “오바마는 제3세계에서도 희망의 상징이 됐지만, 보호무역주의 공세는 ‘유색 세계’에 집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병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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