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0 민주항쟁 21주년이었던 10일 밤 서울 도심에는 지난달 2일 촛불집회 시작 이후 최대 규모인 10만개(경찰 추산. 주최측 추산 70만) 이상의 촛불이 타올랐다.
집회 주최 측이나 경찰 모두 큰 불상사 없이 6ㆍ10 행사가 마무리돼 안도하고 있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40일을 넘긴 촛불집회는 과연 무엇을 얻고 잃었으며, 앞으로 더 의미 있는 결과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 성과
촛불집회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성숙시켰다는 점이다. 정당이나 이익집단이 아닌, 국민 스스로의 힘으로 촛불을 켜고 일어나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고 시정을 요구하면서 국민적 지지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고철환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는 “먹거리 걱정은 이념과 같은 거대 담론이 아닌 일상생활의 관심사”라며 “이 문제로 수 많은 국민들이 뜻을 모으고 함께 거리로 나와 행동할 수 있다는 점은 국민 민주주의 역량이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교양학부)는 “정권을 잡은 보수 진영은 진보 세력을 없애고 옛날로 돌아가려 했지만 그런 시도를 하기도 전에 국민 저항에 부닥쳤다”며 “누가 권력을 쥐더라도 국민의 마음과 생각을 섬겨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특히 “촛불집회를 이끈 것은 민주화를 먹고 자라 온 10대들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당연히 누리는 것으로 여기던 여러 것들을 정부가 빼앗아 간다고 느꼈기 때문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한계
그러나 양승함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정부가 협상 추진 과정에서 분명히 잘못했다”면서도 “하지만 모든 사안을 거리에 나가 해결하려고만 한다면 제도나 절차를 통한 정치적 결정 과정은 불신을 받고 와해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거리 시위 과정에서 나타난 불법ㆍ폭력성은 촛불집회가 안고 있는 부담이다. 특히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쇠고기 수입 재협상 관철’이라는 첫 목표 외에 잠복했던 여러 이슈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촛불집회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무겁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이는 1,700여 개 시민사회단체 및 네티즌 모임이 모여 만든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구성과 맞물려 자칫 갈등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실제 11일 새벽 집회에서 평화적 집회를 이어가자는 인권단체 출신 참가자들과 “경찰 저지선을 뚫고 청와대로 가자”는 일부 참가자들이 대립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매일 되풀이 되는 시위로 인한 교통 혼잡, 매출 감소 등으로 불편과 불만이 쌓여 가는 시민과 영세 상인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다독이느냐도 촛불집회 주최 측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대의를 위해 작은 불편쯤 감내할 수 있다 해도 대중의 인내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 과제
앞으로 전개될 촛불집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한 선결조건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촛불집회가 정권 퇴진 운동으로 번지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대통령이 독선에서 벗어나 국민 눈높이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진심으로 설득하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상진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이 대통령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고 국민의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번 사태가 이 대통령의 향후 국정 운영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촛불집회의 ‘정치 투쟁화’에 대해서는 “집회 현장에서 ‘이명박 물러가라’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아직은 풍자나 질책 수준의 기 싸움”이라며 “하지만 대통령 퇴진을 정치적 목표로 삼는다면 정권과 시민이 충돌하고 양측 모두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무능함을 노정하며 시민 권력에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내어 준 정당 정치의 부활을 지적했다. 그는 “최고 권부인 청와대와 기층 시민 사회가 직접 부딪히며 큰 파열음이 나고 있다”며 “여야가 정치력을 회복해 완충 작용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이영창기자 anti092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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