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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 좀 맡아주세요"

입력
2008.06.12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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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연가초등학교 김동길 교장은 올해 초 담임교사 희망원을 받아보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총 90명의 교사 중 1, 2지망까지 6학년 학급 담임을 맡겠다고 나선 교사가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3명의 교사가 3지망에 담임을 지원했으나, 14학급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김 교장은 “개인별 면담과 설득을 통해 가까스로 담임 수를 맞추기는 했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라 학년 초만 되면 담임 배정에 머리를 싸맨다”고 토로했다.

일선 학교의 담임교사 기피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초ㆍ중ㆍ고교를 막론하고 교사들이 너도나도 담임 맡기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6학년 담임은 기피대상 1호다. 6학년을 자원하는 교사가 없어 학교장이 학교별로 정해진 인사위원회 규정이나 학년 순환 원칙에 의해 사실상 강제 배정하는 형편이다.

교사들이 담임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지도가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교과전담제도가 도입돼 수업 부담은 훨씬 덜게 됐지만, 학생들의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면서 6학년만 돼도 다루기가 힘겨워진 탓이다. 실제 최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6학년 남학생이 훈계하는 여교사를 교실에서 폭행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50대 이상의 고연령 교사에게 6학년 담임은 ‘금기’나 마찬가지다. 서울 신암초교 이명숙 교사는 “고학년으로 갈수록 학생들이 나이가 많은 교사를 얕잡아 보는 경향이 강하다”며 “사고가 생겨도 학생 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차적으로 학부모와 부딪치기 때문에 더 큰 문제로 번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6학년 담임은 새로 전근을 온 교사나 교직에 갓 입문한 신참 교사의 몫이 되다시피하고 있다.

중ㆍ고교도 예외는 아니다. 초등학교와 기피 사유에서 다소 차이가 날 뿐이다. 교사들은 과중한 업무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담임을 맡으면 수업과 학생지도는 물론 성적관리와 공문서 처리 등 다양한 잡무까지 소화해야 한다.

서울 J고 유모(43) 교사는 “학교 교육이 경쟁위주의 입시교육으로 바뀌면서 담임이라는 자리도 학생들의 인격형성에 도움을 주기보다 행정의 전달자나 지시ㆍ통제의 역할로 인식돼 회의를 느끼는 교사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구조적인 요인 또한 담임 구인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1998년 7차 교육과정이 도입된 이후 교과 수업이 선택과목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전임 교원의 수가 줄어들어 학급을 맡길 적임자를 찾기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교육 당국은 이런 현실을 감안해 각종 유인책을 내걸며 담임 모시기 총력전에 돌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009학년도부터 중ㆍ고교 교사가 담임을 맡으면 근무 경력에 가산점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10일 발표했다.

시교육청 이두환 장학사는 “지금까지는 담임을 해도 월 11만원의 수당 외에는 별다른 혜택이 없었다”며 “담임 교사에 대해 한 달에 0.005점의 가산점을 주는 방향으로 ‘교육공무원 평정 가산점 기준’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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