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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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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의 '굴욕'

입력
2008.06.12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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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강북의 최고 노른자위 땅인 한남동 옛 단국대 부지. 지난해 9월 민간부문까지 도입된 분양가 상한제에 걸려 발을 동동 구르던 사업자(시행사 한스자람ㆍ시공사 금호건설)는 임대주택을 짓기로 방향을 바꿔 사업승인을 따냈다. 영세민을 위한 임대주택법이 100평 이상 초호화 빌라의 분양가 상한제 회피용으로 이용된 것이다.

#2. LIG건영은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사업승인을 받은 조합아파트 452가구 중 200가구를 이달 말 일반 분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분양 물량이 20가구 이상이면 상한제를 적용 받아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자, 200가구를 모두 조합주택으로 전환키로 하고 추가 조합원 모집에 나섰다. 이 경우 건설사와 기존 조합원 모두 상한제 이상의 건축비를 뽑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지난해 9월 도입한 분양가 상한제가 아직 꽃을 피우기도 전에 흔들리고 있다. ‘머리 좋은’ 건설사들이 각종 묘책을 동원해 분양가 상한제를 무력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단국대 부지의 경우 오래 전부터 최고급 빌라 입지로 꼽혀왔다. 분양가 상한제만 없었다면 GS건설의 ‘반포자이’(분양가 3.3㎡당 3,360만원)를 크게 웃도는 가격에 분양이 가능했을 것이다.

결국 건설회사는 국민주택기금을 지원 받지 않는 민간 임대주택 방식을 선택했다. 이 경우 분양아파트가 아니기 때문에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데다, 임대보증금과 임대료, 입주자 등에 대한 규제도 없다. 건설사는 5년의 임대차 계약으로 일단 입주자를 모집해 최소 임대기간(2년6개월)만 채운 뒤 상한제를 피해 입주자들에게 비싼 가격에 매각하면 된다.

시행사인 한스자람 신하영 전무는 “좋은 위치에 고급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현행법상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 아닌 고급 임대주택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역조합아파트도 분양가 상한제 회피용으로 이용된다. 조합아파트의 경우 사업승인만 받으면 따로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최근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사업신청이 이뤄지고 있다. LIG건영 관계자는 “건설업계 입장에선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 받지 않고, 아파트 구입자들은 청약 여부와 관계없이 주변 시세보다 싸게 입주할 수 있어 일반분양 몫을 지역조합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아예 사업계획을 바꾸는 사례도 있다. 대우건설은 당초 서울 중구 을지로 세운19지구 재개발 구역에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을 고려,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은 업무용 빌딩으로 용도를 바꿔 사업승인 신청을 낼 방침이다.

국토부는 고민이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고급 임대주택 건설이 분양가를 많이 받아내기 위한 편법이라는 점은 알고 있으나, 당장 시정할 수 있는 마땅한 방안이 없다”고 토로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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