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체제 전환과 민영화 등 무거운 과제를 안은 민유성(사진) 산업은행 신임 총재가 11일 공식 취임했다. 민 총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법상으로 총재지만 행장으로 불러달라”면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투자은행(IB)으로 변신하기 위해 조직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26년 만에 처음 민간 출신의 산은 수장을 맡게 된 민 총재는 큰 기대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최대 난제는 정부가 제시한 일정에 따라 산은의 민영화를 추진하는 일.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산은 민영화 일정은 연말까지 산은 지주사 출범→내년 증시 상장→2012년까지 민영화 등 3단계로 되어 있다. 개발연대를 거치며 정책금융의 산실 역할을 해왔던 산은은 이제 분할 매각 인수합병(M&A) 등 험난한 과정을 겪게 된다. 자칫 영업 경쟁력은 없고 과거 ‘신이 내린 직장’ 특유의 비효율적 무사안일적 관료기질만 남아있는, 그래서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신임 민 총재는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산은의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게 됐다. 이와 관련, 민 총재는 리먼브러더스뿐 아니라 살로먼스미스바니, 모건스탠리 등 세계적 투자은행(IB)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산은에서 경쟁력 있는 IB 부분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 총재는 간담회에서 “대우증권이라는 국내 유수의 증권사가 있고, 산은도 국내 은행들이 별로 해볼 수 없었던 구조조정 업무를 하는 많은 기회가 있었다”면서 “지금 산은의 인재들이 글로벌 IB로 가는데 핵심인재로서의 역량을 발휘할 것이며,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시장에서 많은 인재를 영입하겠다”고 밝혔다.
그에 대한 주변 평가는 일단 우호적이다. 민 총재는 2001년 우리금융지주 부회장으로서 우리은행의 지주회사 전환과 기업 공개, 정부 지분 매각 등을 추진해 본 경험이 있다. 영어에 능통하고, 국내외 관계나 금융계에 발도 넓다.
하지만 민 총재 역시 ‘외부 출신’으로 노조 반대의 통과의례를 거쳐야 했다. 이날 오후 임명장을 받고 산은에 출근했지만, 그는 성대한 환영식 대신 본사 1층을 점거하고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는 조합원들과 마주쳐야 했다. 그러나 민 총재는 “노조는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며 “조직 구성원들이 변화의 주체가 되고 능동적으로 경쟁력과 성장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을 잡아가려면 노조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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