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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투명 인사, 본질은 절차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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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투명 인사, 본질은 절차가 아니다

입력
2008.06.12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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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장 인사 잡음에 대해 청와대가 내놓은 해법은 절차의 투명성이었다. 최근 정부 각 부처에 지침을 내려 공공기관장 인선 전 과정을 공개하고, 각 임원추천위원장이 임명 이유와 배경을 설명하도록 지시했다. A씨는 대통령 측근이어서 사전 내정됐고, B씨는 모 실세 의원을 등에 업었다는 등 잡음이 지속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지침을 받은 지식경제부는 지난 9일 한국전력 등 5개 산하 공공기관 공모 마감 현황을 공개했다. 기관별로 몇 명이 지원했는지, 출신별 지원자 현황이 어떻게 되는지, 향후 일정은 어떤지 등의 내용이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누가 어느 기관에 지원했는지. 이걸 모르고서야 인선 과정이 정당했는지 판단은 불가능한 터.

물론 애당초 지원자 면면이 공개되길 기대하는 건 무리였다. 지경부 관계자는 “투명성도 좋다지만 그렇다고 개인들의 프라이버시까지 침해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체조 선수 점수 공개하듯 지원자별 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것도 불가능하긴 마찬가지. 유리처럼 투명한 절차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했던 셈이다. 앞서 90개 공공기관을 공모제 활성화기관으로 지정한 기획재정부의 조치 역시 절차의 투명성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이럴 바에야 임명제가 낫겠다”는 푸념 대상이 되고 있다.

아무리 완벽한 법이나 제도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기 마련이다. 본질은 막후에서 인사권을 휘두를 수 있는 정권 핵심 인사들에 있는데, 애꿎은 절차만 손질하겠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청와대는 부처들에게 지침을 내리기 앞서 스스로 자문했어야 한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인사 청탁을 한 적은 없는지. 가급적이면 내 사람을 배려하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비단,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서너 사람만의 문제는 아닐 듯하다.

이영태 경제부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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